"동네의원 몰락 초래...소아진료 가산율 인상·본인부담금 인하부터" 주장
복지부 "달빛병원 주간 외래 환자 수 늘지 않아...이용자 만족도는 최고" 반박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까지 달빛 어린이병원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달빛 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이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은 94%(매우 도움 55%, 도움 39%)였으며,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은 95%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9개 소인 달빛 어린이병원을 20개소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설명대로라면 소아청소년과계가 시범사업 확대를 환영하지만, 오히려 우려와 반대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당시에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 등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서는 시범사업 추진에 반대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동네의원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청과의사회는 정부가 지난 2013년 3월부터 소아 경증환자의 야간·휴일 진료 편의성 제고를 위해 6세 미만 소아의 기본진찰료를 20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100% 가산했지만, 2013년 소아 야간진료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시범사업 무용론을 주장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13년에 소아 환자 야간진료에 참여한 의료기관이 전국에 4367개에 달하지만, 소아 야간진료 건수는 작년 2분기 16만 5000여 건에서 4분기 15만 5000여 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 소청과의사회는 "진료 건수가 줄어들면서 야간진료에 참여했던 의료기관의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번 정책으로 야간진료를 포기하는 의원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결국 야간 소아진료를 위해서는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이 아닌 멀리 떨어진 달빛 어린이병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민편익을 위하려는 본래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원의 폐업이 늘고 있고, 소청과 대신 비급여질환·성인 만성질환을 전문 과목으로 표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실정에서, 달빛 어린이병원이 확대될 경우 야간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급을 제외한 동네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야간진료를 지원하기보다는 소아 진료비 가산율 인상, 육아관리제도의 도입, 유·소아 본인부담금 인하 등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민수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사무관은 4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달빛 어린이병원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주간에 진료를 받은 소아 외래 환자 수가 늘지 않았다고 소청과의사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서민수 사무관은 "소청과의사회가 시범사업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실효성의 의미를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참여하는 기관이 유의미한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이고 또 하나는 환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범사업 추진결과를 보면 환자 확보 문제는 확실히 됐다"고 말했다.
소청과의사회의 환자쏠림 우려에 대해서는 "환자 수의 흐름을 볼 때, 달빛 어린이병원의 평일 주간 환자의 증감 폭이 거의 없다. 과거랑 비슷했다. 다만 야간과 휴일에는 두 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만 있고 달빛 어린이병원들의 만족도 조사 결과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이 9개로 많지 않아 만족도 조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앞으로 참여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정책간담회를 갖고 제도 개선점을 점검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시범사업과 본사업의 과도기라고 본다. 관련 수가가 정해지면 정규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 사무관은 "이번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야간과 휴일 소아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야간과 휴일 소아 진료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현실화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노고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가능한 지원금도 확대하고 홍보도 대신하겠다. 긍정적으로 봐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