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철회 촉구, "선심행정 유혹되지 마라" 대회원 호소
의협·병협에 SOS "소청과 몰락, 의료왜곡 적극 알려달라"
야간·휴일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소아진료 가능 병원인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개원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달빛어린이병원을 9곳에서 20곳으로 확대하며 참여의료기관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회장 김재윤)는 9일 성명을 내어 "경증환자의 응급실 집중현상을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달빛어린이병원의 확대는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의 붕괴를 가속화시켜 의료의 왜곡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확대 추진의 근거로 내세운 점을 비판했다. 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인근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환자 감소와 어려워지는 경영난에 대해서는 왜 조사하지 않나"라고 묻고 "지엽적인 만족도만을 근거로 의료정책을 수립한다면 의료공급자의 문제로 의료시장 시스템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제도 추진으로 인한 소청과 개원가의 경영압박 실태를 강조했다. 2013년 3월부터 야간휴일 진료 편의성 제고를 위해 6세 미만 소아의 진찰료를 가산했으나 오히려 야간 진료건수가 줄면서 야간진료를 시행한 의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달빛어린이병원이 확대되면서 환자 집중 현상이 일어나 대다수의 의원에서 야간진료를 포기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민의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이 확대되면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이 몰락해 경증 질환에도 장거리를 이동해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 또 주간에 올 수 있는 경증환자의 야간 이동현상이 발생해 의료시스템의 인위적인 왜곡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도 확대에 앞서 소아수가 가산, 육아관리제도 도입, 영유아 본인부담금 인하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일본의 경우 소아청소년과의원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6세 미만 소아 환자의 진료 시 최소 26%에서 수 백%의 가산율을 인정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소아 가산율은 2~9%에 불과하다.
의사회는 "영유아는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현재 필요한 의료정책은 달빛어린이병원 확대가 아니라 동네의원 진료 활성화"라며 "달빛어린이병원의 확대를 즉시 중단하고 시범사업의 결과와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가져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성명 발표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질의서를 보내 정책 추진에 앞서 의료계와 사전논의를 거칠 것도 주문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질의서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이 주위 의원에 미치는 영향은 달빛어린이병원의 주간 환자 수 증감이 아니라 인근 의원의 환자 수 증감으로 판단돼야 한다. 환자쏠림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근 의원의 환자 수 증감을 조사하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은 없나?"고 물었다.
또 시범사업의 평가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의료계와 협의 계획을 묻고,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를 중지하고 충분한 시범사업 후 일차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의료계와 논의한 후에 의료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회원들에게는 달빛어린이병원 공모에 참여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의사회는 대회원 호소문을 통해 "야간 응급의료체계가 없는 지역의 달빛어린이병원이라면 정부의 안량한 선심행정에 유혹되지 말고 야간 응급수가를 정당하게 요구하라"며 "주변의 관공서에서 새롭게 달빛어린이병원 요청이 들어왔다면 함께 살아가야하는 선배·동료·후배를 생각하고 나의건강, 가족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소청과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내 "국민보건의 장기적 향상을 위하여 의료계의 왜곡을 가져오는 달빛어린이병원 확대의 문제점에 대해 대외적 홍보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