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 이대로 가면 의료전달체계 붕괴

선택진료제 이대로 가면 의료전달체계 붕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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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개선안으로 5500억 원 손실...2, 3차 축소안 더 문제"
병협 "개편안 분석해 개선안 찾아야...속도 늦추자" 제안

▲ 박진식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총무이사가 선택진료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선택진료제 축소와 수가 보전 대책을 놓고 병원계 내부에서 다양한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안을 손질하지 않으면 의료전달체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박진식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총무이사는 5일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선택진료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통해 "선택진료제도 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추진한 정부안은 비정상의 비정상화"라며 "의료의 질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전문병원과 중소병원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병원 종별에 따라 의료의 질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총무이사는 "같은 진료에 대해 상급종합병원이 더 많은 수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일정 기준을 넘은 의료에 대해 같은 보상을 함으로써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 의지를 고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택진료제 축소로 환자들의 부담이 낮아진 데다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투자 의지마저 꺾어 버리면 비대학병원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 빅 5를 비롯한 일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했다.

박 총무이사는 "욕창 예방을 위한 처지 수가 보전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만 인정하고 있다.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욕창이 생겨도 괜찮다는 거냐"며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 선택진료 개선안의 문제점을 들춰냈다.

특히 "임상질 지표가 지정기준인 전문병원은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보상이 없고, 종별 가산 대상과 선택진료비 보상 대상에서도 제외되거나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 선택진료제도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들과 지정토론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종 연세대 교수,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지영건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박진식 전문병원협의회 총무이사. ⓒ의협신문 송성철
병원계는 지난해 8월 시행한 선택진료 1단계 개선안에서만 약 55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며 2, 3단계 축소 방안이 추진되면 더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했다.

권성탁 연세대의료원 사무국장은 "선택진료의사 비율을 병원별 80%에서 올해 진료과별로 65%로 줄이게 되면 선택진료비 규모는 15% 이상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여기에 환자의 감염과 안전을 강화하고, 의료질 향상 부담금이 신설되면 투자 비용과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내부 자료를 이용해 선택진료제 개선으로 인한 변화를 추계해 봤다는 권 사무국장은 "선택진료제도 개편 이후 내과계는 15.6%, 안과 및 이비인후과계는 11.8%, 치과는 18.8% 수입이 줄어든 반면 외과는 15.6%, 피부과 및 비뇨기과계는 19.9%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과별 불균형 문제로 인해 전공의 수급과 기피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무국장은 "올해부터 선택진료의사가 병원별에서 진료과별로 개편되면서 내부 갈등이 더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한 권 사무국장은 "전문가단체와 함께 제도를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라며 "독일병정처럼 묵묵히 앞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영건 차의과학대학교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정부는 선택진료 손실분을 100% 보상해 줬다고 하지만 추정 손실액을 추계한 결과, 수가 인상분이 비선택병원으로 분산되면서 선택진료를 하는 병원은 전체적으로 55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계됐다"면서 "기관당 수익 역시 3.5%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 교수는 "1차 개선안 시행 결과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올해 시행 여부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진료과별 의사 비율 축소안 이외에 항목별 상한률을 조정하거나 병원별 의사 비율을 축소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정토론을 펼친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은 "2, 3단계 개선안은 내용이 복잡하고, 정확한 손실 추계도 어려워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진료과목별 의사 수 축소 방식을 도입하지 말고, 1단계 개선안처럼 병원별로 산정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병원과 의료인에 대한 일방적 피해를 줄이고, 정책 수립과 집행 측면에서도 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해종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사회의 발달과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고 싶은 환자들이 자의적 선택할 수 있는 시장 개념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환자가 자의적으로 선택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에서 제외하는 개념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병원계의 지적에 대해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공보험의 틀 내에서 비급여를 관리하는 기조 속에서 의사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선택진료비 축소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선택진료 병원들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지 않도록 손실과 보상을 같이 확인해 가면서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손 과장은 "의·병협 협의체를 통해 모니터링하면서 세부적인 개선 방법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 끝에 마이크를 다시 잡은 박상근 병협 회장은 "2, 3단계 안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1단계 시행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해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며 "병원계에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이 선택진료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2, 3단계 안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1단계 시행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하자"며 제도 시행을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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