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심 판결 뒤집어 유족 손해배상 청구 기각
"낙상으로 사망한 환자에 병원의 충분한 설명 있었다"
낙상고위험군 환자가 주사 시술을 받은 후 병실로 이동하기 전 대기공간에서 넘어져 사망했더라도 의료진이 사전에 낙상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고령 낙상 고위험군 환자에게 낙상 예방교육을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있다며 해당 병원이 망인의 유가족에 24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망인 사고 당시 만 82세의 고령으로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다공증 등으로 다발성 척추골절 치료를 받던 중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져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해 해당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망인에게 통증클리닉 협진이 필요하다고 판단, 저농도의 국소마취제 약제와 스테로이드 등을 투여하는 주사 시술을 시행했다. 시술 후 다시 병실로 옮겨가기 전 망인은 휠체어에 앉아 보호자와 함께 이송 담당 직원을 기다리던 중 휠체어에서 일어서려다 낙상했다.
이날 망인은 혈전으로 인한 장간막 폐색과 소장의 광범위한 감염이 확인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패혈성 쇼크를 원인으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낙상 고위험군 환자임에도 안전배려의무 및 요양방법지도의무를 지키지 않아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며 "이 사고는 결국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해당 병원은 망인과 망인의 가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의료진은 입원 당시 망인과 그 보호자에게 기본적인 낙상 방지에 관해 설명했고 입원 당일부터 1일 1회 낙상 위험사정 도구평가 및 1일 3회 낙상 예방 고위험간호중재를 실시했다"는 증언을 인정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의료진은 망인에게 시술 후 30분 이상 침상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등을 설명했고 실제로 시술 후 30여분 후까지 망인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시술실 내에서 휠체어에 앉게 한 뒤 망인이 의사에 따라 시술실 밖 대기공간으로 옮기도록 한 사실이 있다"며 "의료진은 대기공간에 있던 보호자에게 망인을 인계하면서 이송 기능원이 올 때까지 절대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종합했을 때 의료진은 낙상에 대비한 최선의 조치를 했다 할 수 있고 망인이 휠체어에서 갑자기 일어서는 바람에 미처 손쓸 겨를 없이 순간적으로 발생한 낙상사고까지 예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망인의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