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청구권 이어 또 다시 대립각
심평원, 구매기관 네트워크 행사...공단 "구매자는 보험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구매자' 입장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그동안 두 기관은 진료비 청구권을 두고 대립해온 가운데, 또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손명세 심평원장은 취임한 이후, 심평원을 '구매자'로 소개해왔다. 심평원은 건강보험에서 구매하는 의료서비스의 조건인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제공된 서비스를 심사·평가하는 동시에 질 향상을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또 국제기구와 국가별 '보건의료구매기관장' 등 외빈인사 40명이 참석하는 '세계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 행사를 오는 8월에 개최키로 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 노동조합은 연일 성명서를 내며 심평원을 비판하고 있다.
26일 건보공단 노동조합은 "모든 국가들은 구매자를 정부나 보험자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심평원은 5억원이 넘는 보험재정을 쏟아 부으며 자신들이 구매자라고 홍보하며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3세계 국가 등의 보건담당 고위공무원들이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배우기 위해 매년 수십 명씩 건보공단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보공단이 제도수출을 위해 국제기구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평원의 행동은 국제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담당기관을 보면 ▲보험료 징수는 공단 ▲급여기준은 건정심(정부) ▲급여비용 결정·급여비 지불은 공단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심평원은 급여기준에 있어 그 범위와 횟수 등에 대해 실무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가입자의 보험료로 연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진료비 심사와 평가'업무를 하도록 위탁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평원이 스스로 구매자나 구매관리자라 지칭하는 것은 현 건강보험체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심평원은 어느날 갑자기 구매자니 구매관리자라 하며 가입자의 돈인 보험재정을 국민의 해악이 되는데 쓰지 말고 진료비 심사와 평가에 쓰는 데에만 충실하라"며 "우리의 건강보험을 배우려 몰려오는 외국의 관계자들을 당혹케 하고, 건강보험 제도수출에 역점을 둔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얺을 뿐이다.국제행사를 즉각 취소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