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 중요하지만 의료법상 종합병원만 채용 의무화
이희원 의무기록협회장 "보건의료정보 전문가 역할 커져"
"정성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도 제대로 기록을 하지 않았다면 혼자 만의 기억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의 건강과 질병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기록하고, 제대로 관리해야 만 비로소 '기억'이 '정보'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대한보건정보관리학회가 주최하고, 대한의무기록협회가 주관한 제74차 춘계학술대회가 17∼18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의무기록협회는 매년 봄·가을 정기 학술대회를 열어 보건의료정보의 체계적인 관리와 안전한 활용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의무기록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춘계학술대회 주제는 '미래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정보 활용과 건강정보 관리 방안'.
학술대회장에서 만난 이희원 대한의무기록협회장은 "의무기록은 치료를 제공하는 근거자료이자, 의료인들 사이에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라면서 "의학·보건·간호 연구와 교육 자료는 물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의료인은 물론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증거자료로도 활용된다"고 의무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무기록에 담긴 보건의료정보는 질병의 진단·치료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의 경향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힌 이 회장은 "보건의료 통계를 산출하고,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의무기록이 종이 차트 대신 전산화와 디지털화 되면서 정보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건강과 의료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확대되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의료정보의 안전한 관리와 활용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양질의 의료정보를 최소 비용으로 수집·관리하면서 보건의료 정보화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보 전문인력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 지고 있다"면서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의무기록사의 역할은 과거의 단순한 의무기록 관리에서 보건의료정보관리자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기록사의 역할은 종합병원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에만 의무기록사를 두도록 한 것.
이 회장은 "환자의 건강과 질병에 관계되는 정보와 치료 기록의 중요성은 종합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전문병원·요양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의무기록사가 더 많이 진출해야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더 높일 수 있고, 국가 보건의료통계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에 의무기록사제도가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배출된 의무기록사는 약 2만 명. 해마다 112개 대학에 7000여명의 신입생이 입학하고 있을 정도로 인력은 과다 배출되는 데 비해 취업 문은 좁다. 협회 회원은 30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 회장은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물론 개인정보 보호법·환자 안전법 등 보건의료정보의 체계적인 관리와 안전한 사용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시점에 발맞춰 의무기록사의 역할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기껏 진료를 하고도 의무기록이 미비해 제대로 진료비를 받지 못한다거나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진료기록의 완결성을 높이지 못해 억울한 손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무기록사의 채용 규정을 중소병원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무기록 관리 수가를 신설해 중소병원들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이 회장은 "단순히 일 자리를 늘리는 협소한 의미에서 벗어나 의료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전문인력을 더 많이 배치함으로써 의료정보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