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임기 만료됐으나 대의원 총회 못열어
'회원투표로 선출' '정관개정 먼저' 입장 첨예
새 회장 선출을 둘러싼 산부인과의사회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는 19일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앞서 법원에 제출된 정기대의원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총회 개최가 불발됐다.
가처분신청의 표면상 이유는 현 집행부가 정관상 '3주 전 대의원 명단 제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회장 선출 방식에 대한 내부 이견 차이 때문이다.
가처분신청을 주도한 산의회 서울지회·경기지회 측은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회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집행부와 맞서고 있다.
김동석 직선제추진위 준비위원장 등은 19일 산부인과의사회 춘계 학술대회장 앞에서 피켓시위와 서명운동을 벌이며 의사회 조직의 민주화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구태의연한 집행부가 아닌 발로 뛰는 새로운 유능한 집행부가 필요하다"면서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현 집행부 측은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더라도 정관 개정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선 대의원총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노준 산의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직선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관개정 없이 회원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빠른 시일내 지회에서 대의원을 선출토록 하고 6월경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된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직선제를 요구하는 측은 19일을 기해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후의 예산 집행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 집행부 측은 정관상 새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경우 현 회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통상적인 사업과 예산 집행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새 회장이 선출되고 내분이 수습될 때까지는 의사회의 정상적인 활동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의회 내홍을 지켜보는 회원들의 시선은 착잡하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회원은 "'위기의 산부인과'라는데 정작 위기는 우리 내부에 있는 것 같다"며 "힘을 모아도 부족한 때인데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