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평가서 교육병원 제외...적절 관리 의문
안덕선 의평원장 "교육·협력 병원 평가기준 필요"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펴낸 '교육병원 지정에 관한 평가인증 개발' 연구보고서를 통해 "사회가 바라는 바람직한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임상실습교육이 매우 중요하지만 임상실습을 하고 있는 교육병원이나 협력병원이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규정과 기준이 없다"면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는지 제대로 평가하거나, 적절히 유지·관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의학교육학계는 의대생들의 임상실습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임상실습에 관한 기본 제도를 확립하고,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임상실습병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의학교육연맹(WFME)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기본의학교육과정 평가인증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상실습병원의 의학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적합성과 질적 수준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과대학 평가인증 기준은 학생 교육병원에 대한 실제적이고, 세부적인 평가항목이 없어 부실한 임상실습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 평가원장은 "사실상 수련병원이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위한 교육병원으로 활용되면서 학생임상실습 교육의 질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일부 병원에서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교육병원이나 협력병원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임상실습 교육병원은 41개 의대(의전원 포함)에 94개 병원이 있다. 100병상 이상이면서 인턴 수련병원이나 인턴·레지던트 수련병원으로 지정을 받은 곳은 200여곳. 이들 수련병원은 자동적으로 학생교육을 할 수 있는 협력병원이 될 수 있다.
안 평가원장은 "한 병원의 같은 공간에서 학생실습과 전공의 수련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교육과 수련 사이의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기 어렵고, 교육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학생교육 경험이 없는 수련병원과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대학이 생기게 됐다"면서 "전공의 수련병원이면서 학생교육병원으로 활용해 온 순수한 의미의 교육병원제도가 병원의 생존 경쟁과 대학의 투자 기피를 위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상실습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과 병원의 관계를 강화하고, 교육에 대한 책임을 가지며, 교육병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안 평가원장은 "이러한 기준을 통과한 병원에 한 해 학생실습교육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육병원 평가인증 개발 연구보고서에서는 부속병원·교육협력병원·임상실습 교육병원·학생교육병원·수련병원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학생 임상실습 교육병원'의 개념을 '기본의학교육과정과 졸업 후 의학교육과정이 이뤄지는 모든 병원 중 교육병원 평가인증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통과해 인증을 획득한 병원'으로 정리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대학인증 평가기준·대만의 교육병원 인증기준·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평가 기준을 토대로 학생 교육병원 평가기준을 제시했다.
교육병원 평가 항목은 ▲상황평가(교육과정 운영 상황과 여건) ▲투입평가(목표 성취를 위한 교육자원과 환경의 적절성) ▲과정평가(교육프로그램 운영의 적절성 및 과정 역량 평가) ▲산출평가(교육·연구·사회봉사) 등 크게 4개로 분류했다.
교육병원 기준은 △운영체계(10개) △교육 프로그램(8개) △교수개발체계(3개) △교육자원(5개) △지역사회와 국제 교류(2개) 등 5개 영역 28문항으로 구성했다.
또 평가인증 방식은 평가기준에 의한 동료평가 방식으로 서면평가 후 현지 방문평가를 하도록 했다.
평가인증 절차는 인증 신청서 제출→인증기준에 대한 데이터 자료 작성→서면평가→방문평가→평가보고서 작성 및 검토→판정위원회 결정 및 공지→이의신청 등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 평가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교육병원 평가인증기준은 임상실습병원에 일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교육병원 지정을 위한 제도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추후 대학병원가와 중복을 피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구체적인 평가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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