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도 개선안 "땜질식 미봉책" 쓴소리

선택진료제도 개선안 "땜질식 미봉책" 쓴소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4.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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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본래 기능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부터 고쳐야"
전 질병관리본부장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 "절차적 정의 획득 실패"

▲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에 43곳이다. 인천성모병원, 울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3곳이 새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가정의학교실)가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상급병실료 보험 적용·선택진료제 개선 등 핵심 의료정책에 대해 "정책효과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저수가 정책으로 왜곡된 의료체계에 대한 땜질식 정책보다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국장·보건정책관·질병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보건의료 정책 수립과 집행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대한의사협회지 4월호에 발표한 '정부의 최근 선택진료제도 개선에 대한 소고'를 통해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선택진료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선택진료제 개선은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최상의 진료기관이자 의대생과 전공의 수련교육은 물론 의학 연구와 공공의료(사회공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며 정부가 선택진료제 개선 목표로 내세운 환자 의료비 부담 절감·질 관리·안전 강화 대책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의료계는 보편적 건강보장 확대에 따라 병원경영 악화 문제에 봉착한데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부담 증가·소아진료 분야의 저수가를 비롯해 응급·재난·분만 등 지역의료시스템 부재로 인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한 이 교수는 "저수가 정책으로 왜곡된 의료체계에 대한 땜질식 정책보다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가 구조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본래의 기능만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선택진료제 추진으로 인한 손실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필요 시 적절한 보완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선택진료제 폐지로 인해 새로운 정책과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선택진료 폐지로 본인부담이 줄어들면서 동네 일차의료기관에서 관리해도 될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상급병원을 이용함에 따라 환자 집중 현상과 병원간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성기 치료 후 환자들이 요양병원이나 재활의료를 받기 위해 퇴원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한 채 상급병원에 남으려 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했다. 이 경우 병상 회전율 저하와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들이 치료 후 병상 부족으로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했다.

전공의 수련교육에도 왜곡 현상이 가중돼 학문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보다 투명한 회계로 인해 의료의 원가 논쟁과 의사의 보상 수준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원 경영의 방향도 보험 상환이 되는 영역은 투자하고,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연구·교육·공공의료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가정의학교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교육·연구·진료·지역사회 공익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택진료제 개선으로 촉발된 문제점을 적당히 덮지 말고, 하나 하나 정리해야 한다"면서 "국가질병정책에 따른 보장성 강화와 양질의 의료가 적정 수가로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첫째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진료로 부실화된 의료인 수련교육을 다시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도 무게를 실었다.

"전공의 수련 개선안은 근무시간 단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병원 경영·대체인력 확보·수련 형태의 틀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관계돼 있는 만큼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해 개선 논의를 해야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힌 이 교수는 "각 병원 실정에 맞는 양질의 교육과 수련 모델을 개발하고, 각 학회 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중앙에 중립적 수련교육 지원체계를 만들어 전공의가 병원의 보조인력이 아닌 수련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수련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과 수련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산식을 개발하고, 교육 시설·장비·교육비는 수련과 관련된 부처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눠진 학부 교육·전공의 수련·평생 교육을 통합해 논의하는  '의료인 양성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의료윤리·인성교육·지속적 자기개발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 교육과정 개선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공공의료에 관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의료계획에 참여, 필수의료체계를 확립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1∼2차 의료기관과 협력, 의료전달체계를 통한 합리적 의료이용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절약한 보험 재정을 다시 지역을 위한 인센티브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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