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정부는 전국에서 15곳의 소아청소년과병원을 야간·휴일 진료기관으로 지정해 평일 밤 11시, 토·일요일 저녁 6시까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계획이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는 실효성이 의문스런 시범사업보다는 소아가산제도를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등 보다 큰 틀에서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야간진료의 부적절한 활성화가 소아 의료체계의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원의 폐업이 늘고 있고, 소아청소년과 대신 비급여질환이나 성인 만성질환을 표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실정에서, 달빛 어린이병원이 도입될 경우 병원급과는 달리 야간진료를 감당할 수 없는 동네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시범사업이 시행된지 10개월이 되면서 당시의 우려가 현실화되며,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야간소아응급환자의 편의성을 도모한다는 도입 취지는 경증환자 중심의 야간진료 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개원의 혼자 운영하는 영세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은 365일 밤 11시까지, 주말엔 저녁 6시까지 진료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인력 등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병원급만이 해당되고, 지정 병원들이 소아환자를 블랙홀 처럼 흡수하면서 인근 소아과 개원의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달빛어린이병원의 타킷이 소아야간환자 진료인지 응급소아환자인지 불분명해지면서 기존 응급실 운영기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참여 기관은 참여기관 대로 정부와 지자체가 50:50으로 지원하는 월 1500만원의 운영 비용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 대도 복지부는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만 제시하며, 달빛어린이병원을 올해안에 3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장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지원병원 모집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이나 복지부는 최근 새누리당 이명수의원의 사업 재검토 요구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인 만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소아환자의 편의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이의를 달 순 없지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이처럼 의료생태계를 왜곡시키는 징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개원가가 입고 있는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범 사업 존폐를 검토해야 한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오히려 영세한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의 문을 닫게 해 정작 소아환자들이 찾을 수 있는 동네 소아과의 존립기반을 흔든다면 결국 그 피해는 누구 입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