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의원, 의료법 개정안 철회 절차 완료
의협 강력 반발, 의-한방 갈등 여파 크게 작용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 29일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최근 동료의원 6명과 함께 개정안 철회를 요청, 지난 15일 개정안 철회 절차가 마무리 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을 상정하면 양측의 갈등을 키웠다는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고심 끝에 자진 철회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계와 한의계가 합리적 소통을 할 수 있는 때가 오면 해당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의 골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공동으로 하나의 장소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동시에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의원 간 방문시간 및 대기시간 단축 등의 편의와 검사중복 등을 피할 수 있어 진료비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발의 취지였다.
현행 의료법에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의료인을 상호 고용해 협진이 이뤄지고 있고,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는 하나의 장소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이 발의될 당시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상당수 의사들이 전 의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을 남겼고, 일부 의사들은 전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과학적 근거가 미흡한 한의학은 의학과 질병에 대한 접근방식이 전혀 다르며 과학적 검증과 재현성 측면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일원화를 위한 정책적 기반 없이 막연히 '협진'이라는 이름으로 이질적인 두 체계를 뒤섞는 것은 협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 협진이 이뤄질 경우 수익이 높은 진료 분야에서만 성행하게 될 것이며, 급여가 대부분인 의료계와 비급여가 대부분인 한의계의 특성상 급여에서 부족한 부분을 비급여로 충당하는 행태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이용 등 또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효과 없는 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진료 왜곡이 발생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협진에 대한 정확한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까지 협진을 확대하는 것은 비전문가적 행정이며, 의-한방 협진은 현행 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국민 의료비 지출 및 치료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