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관련법 제정 요구 쏟아져..."법적근거 없어 예산 확보 난항"
환자·의사 "안정적 의료지원, 환자 삶의 질 높여"...정부 "공감"
28일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 추진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희귀난치성질환자 환자단체, 의료전문가, 국회의원 등이 관련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이명수 의원 등 국회의원 5명이 발의한 법안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들은 희귀난치질환의 범위와 의사결정체계 그리고 사업계획 수립 내용과 방법, 추진체계, 재원 마련 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종합적으로 법안들의 내용을 정리하면 유명인구 2만명 이하인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한정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으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희귀난치질환자 종합관리계획 및 주요정책 등을 심의 의결하도록 했다.
또한 5년마다 주요과제 등을 포함해 종합계획 수립, 매년 그 종합계획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계획 수립하도록 했으며, 주요사업으로는 의료비 지원 사업, 관리사업, 실태조사, 연구, 진료방법의 개발, 전문인력의 교육, 등록통계사업, 의약품 판매·유통지원 및 조세감면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더불어 '국립희귀난치성질환센터'를 설립하고 희귀난치성질환전문기관과 지역희귀난치성질환센터 등을 지정하도록 했고, 회귀난치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진사업을 시행하고 희귀난치성질환 발생의 원인 규명 등을 위한 역학조사 실시하도록 했으며,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희귀난치성질환기금'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연합회장은 "희귀난치성질환은 발병원인이 불명확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과 대체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가 어렵고 장기화돼 환자와 가족들을 포함 약 200만명이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러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약품이라도 원활하게 공급되고, 경제적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국제적인 지원이 질실히 요구된다"면서 "그러나 현재 의료비 지원 중심인 지원제도의 근거가 보건복지부 고시여서 의료비 지원 예산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특히 "희귀난치질환과 질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원 예산 또한 확대돼야 하는 상황인데도, 지난해 경우 도리어 예산이 삭감돼 국회 예산에서 33억을 지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모두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질병의 고통은 감수하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고통만은 해결해줘야 한다. 관련법을 제정해 안정적 예산 확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과 교수 역시 관련법 제정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10년 전부터 치료해온 환자의 사례를 들면서 관련법 제정을 통해 안정적 의료 지원이 이뤄질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의 크게 높아진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없던 치료제가 생기는 순간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높아진다. 이런 환자들을 구제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얻는 것"이라며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나아가 치료 지원 및 치료환견 개선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한된 보건의료자원과 보험재정으로 사회적 편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부 환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할 수 있는 비급여된 약제의 사용과 관련해 지원이 가능한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국내에 허가된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희귀질환 치료제 관리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할 필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 치료 신약의 보험급여 결정 시, 조금 더 유연한 제도 마련 및 적용 통해 더 빨리 급여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희귀난치성질환 신약 보험급여 평가 및 과정에 있어서 의료계의 입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도 관련법 제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현영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장은 "지난 2001년부터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 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사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 대책 필요한 시점이 됐다. 법적 근거가 없어 예산확보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희귀난치질환관리법 제정을 통해서 관리 체계 및 제반 인프라 구축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는 수익이 나기 어려운 희귀난치성질환의 진단 및 치료체계의 구축과 새로운 치료기술 및 약제개발 유도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다만, 기존의 전문 의료기관 등 관련자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은 19대 국회 회기 안에 법 제정을 기필코 이뤄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 의원은 "정부는 법안 제정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관련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작게 시작해서 점차 확대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귀난치질환자들은 대부분이 취약계층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다. 우리사회가 복지사회로 가려면 희귀난지질환자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기필코 입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