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으로 소총 사서 전쟁터 나가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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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06.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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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95 마스크 품귀...일선 의사들 감염 '무방비'
일반 마스크 이중으로 덧대...심각한 진료현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을 때 썼던 N95.
메르스 진료에 나선 의료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장비 'N95 마스크'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의료진의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정부로부터 먼저 마스크를 보급받은 대형병원 의료진에 비해 동네의원이나 중소 병원은 마스크 보급이 원활하지 못해 각자 자구책을 마련해 버티고 있다.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주는 N95(식약처 기준 KF94)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와 달리 의료인용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이달 초 메르스 3차 감염 예방을 위해 전국 의료기관에 N95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발생 초기 "마스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해놓고, 지난 달 23일 마스크를 쓰고 언론에 나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 장관이 당시 썼던 마스크가 바로 N95다. 

수도권에서 개원 중인 A원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N95 마스크를 구입하려했지만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일반 마스크를 이중으로 덧대 버텼다.

A원장은 1주일 전부터 지역 보건소에서 N95 마스크를 받기는 했지만 이번에 수량이 문제가 됐다. 의사 수만 고려해 지급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간호사 5명은 일반 마스크를 쓰고 근무 중이다.

부천지역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인 B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N95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자 해외에 나갔다 돌아오는 교수들에게 구입해오라는 과장들의 지시가 내려졌던 일화를 털어놨다. 일부 교수들은 중국이나 미국에서 상자째 구입해 N95 보급병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부천지역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인 또다른 C교수는 운이 좋은 편이다.

근처 대형병원 몇 곳을 메르스가 스쳐지나간 것으로 보도되면서 비교적 N95를 빨리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N95 마스크 역시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소모품이다보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추가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추가공급 계획을 듣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급받은 N95는 총 5개. C교수는 "일단 아껴 쓸 수 있는 한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한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D과장(가정의학과) 역시 일반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보고 있다.

D과장은 "N95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이 자체적으로 호흡기내과와 응급실 의료진에게만 우선 지급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감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선 일반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보고 있지만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도 토로했다.

현재 응급실 등에 우선 지급된 N95 역시 "보건소에서 받은 것이 아닌 병원이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확보한 것"이라며 정부의 미흡한 N95 보급 태세를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N95 품귀 현상이 일면서 가격도 치솟고 있다. 

평소 2000~3000원이던 가격이 8000원을 줘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근처 약국이나 온라인으로 자체적으로 사려 해도 구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N95 마스크
기자가 서울 마포구 지역의 한 약국에서 N95 마스크를 살 수 있느냐고 묻자 "11일 겨우 10개를 (도매업체에서) 받았지만 다팔리고 12일 현재 한 개도 남은게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가격도 "11일까지 평소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개당 6000원을 받고 팔았지만 8000원에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N95를 포함한 각종 마스크와 세정제 등의 가격이 치솟자 약사회는 유통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를 12일 요청하고 나섰다.

약사회는 약국이 마스크 공급가격 폭리의 주범으로 몰리자 마스크 값 폭등의 원인을 제조사와 유통업체 탓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원장은 감염병 대응의 기본 장구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N95조차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채 의사가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현 상황을 개탄했다.

그는 "군인이 자기 돈으로 소총과 총알을 사서 전쟁터로 나가는 꼴"이라며 정부의 미흡한 감염병 준비태세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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