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과 차별화된 배출 기전 장점
지명도·처방사례 적어 쉽지않을 수도
'천하삼분지계'의 묘수가 나올까? 현재의 양강 구도가 고착될까?
차세대 '항응고제(NOAC)' 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NOAC 중 BMS와 화이자가 공동판매하는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에 관한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비판막성 심방세동(NVAF)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의 위험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항응고제를 바로 처방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개정한다고 15일 예고했다. 현재는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항응고제를 처방하도록 해 사실상 원활한 NOAC 처방을 막아왔다.
고시가 개정되면 당장 한해 90억원 정도인 NOAC 처방량이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은 '천하삼분'이 되거나 현행 양강 구도가 고착될 두 가지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키는 가장 늦게 NOAC 시장에 뛰어든 엘리퀴스에 달렸다.
엘리퀴스가 급여기준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올해 하반기 의미있는 처방량을 기록하면서 NOAC 천하의 한 축을 담당하면 천하는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와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엘리퀴스로 '삼분'된다. 실패하면 현재 프라닥사와 자렐토의 양강 구도가 고착된다.
외래처방 집계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4년 자렐토는 50억원을, 프라닥사는 3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2013년은 자렐토가 24억원, 프라닥사가 38억원이었다. 최근 2년간 한해 총처방액이 80억원 정도인 시장을 두고 1위 자리를 주고 받았다.
엘리퀴스는 가장 늦은 2014년 국내에 출시됐다. IMS 기준으로 처방액은 5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의료계의 엘리퀴스에 대한 전망은 천하삼분과 양강구도 사이에서 엇갈린다.
'천하삼분'이 가능할거라고 보는 측은 우선 엘리퀴스의 안전성과 기존 NOAC 과는 차별화된 배출기전을 꼽는다.
엘리퀴스의 연간 위장관출혈 위험은 0.76%로 와파린의 0.86%보다 낮았다. NOAC 중 유일하게 위장관출혈 위험을 와파린보다 낮췄다.
미국신경과학회(AAN)는 이런 연구결과를 근거로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한 NVAF 환자 중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을 경우 엘리퀴스를 처방하라고 2014년 권고했다.
심방세동 환자의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감소 효과를 연구한 ARISTOTLE 결과도 엘리퀴스의 안전성을 보여준다. 뇌졸중·전신색전증 위험 예방을 위해 엘리퀴스를 투약한 군은 와파린보다 두개내출혈 위험이 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엘리퀴스는 대사 이후 25%만을 신장으로 배설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화이자가 BMS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마케팅에 팔을 거둬 붙인 점도 주목받고 있다.
삼국지에서 촉나라가 천하를 '삼분'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의 합류가 컸다. 화이자의 참여가 BMS에게 제갈량이 유비에게 합류했던 정도의 효과를 발휘한다면 '천하삼분'은 공염불이 아니다.
물론 '천하삼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2012년부터 일찌감치 국내 진출해 의료진의 신뢰와 브랜드 명성을 쌓은 프라닥사와 자렐토를 압도하는 것이 쉽지않다.
서존 순천향의대 교수(심장내과)는 "엘리퀴스가 좋은 NOAC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처방사례가 없어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서야 대형병원 등에 깔리기 시작해 의료진에게 엘리퀴스는 아직 생소하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BMS와 화아지가 공동판매에 나선 것도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1+1=2'가 아닌 '1+1=0'이 되는 '공유지의 비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이자는 "급여기준이 개선되면서 엘리퀴스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며 "호재를 맞아 의미있는 처방량을 기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