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진료 중심'으로...메르스 교훈 벌써 잊었나?

보건소 '진료 중심'으로...메르스 교훈 벌써 잊었나?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08.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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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비의사 공무원 보건소장 임용 확대 추진
'건강생활지원센터', 지자체 선심성 진료 조장 우려돼

메르스 사태를 통해 일선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7일 '지역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전부개정령안을 발표했다. 가장 문제되고 있는 부분은 보건소장 자격 기준 확대다. 현행 규정은 의사면허 소지자를 보건소장에 임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충원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보건의무직군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보건·의무 직군 뿐만 아니라 식품위생·의료기술·약무·간호·보건진료 관련 공무원을 보건소장에 임용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시켰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은 "현행법상 의사 보건소장 임용을 우선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임용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공무원을 보건소장에 무분별 임용할 경우 보건소장의 전문성이 결여되고 보건소가 단순 행정업무에 국한한 보여주기식 운영 행태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은 또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종류에 기존 보건소·보건의료원·보건지소와 더불어 '건강생활지원센터'를 신설토록했다.
건강생활지원센터는 기존의 보건소 업무 중 지역주민의 만성질환 예방 및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진료 중심 운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현행 보건소가 수행하는 만성질환 예방사업 등과 업무 중복성이 나타나 앞으로 지자체가 지역주민 건강관리를 이유로 보여주기식 진료위주 사업을 추진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센터를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설립할 경우 건물 건립·임대료, 근무인력 추가비용, 관련 기자재 등 추가예산 투입ㅇ로 인한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원활한 예산투입이 가능한 지자체와 그렇지 못한 지자체 간의 서비스 격차가 발생하고, 선거 때마다 지자체장들의 과다 사업비 지출로 인한 예산 낭비 등 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행 보건소 본연의 기능 정립을 통해 만성질환예방 및 건강생활증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시지역 보건소에 한의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토록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규칙은 △도농복합형태의 시 △군 △보건의료원이 설치된 군 보건소에만 한의사 1명씩을 배치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예고한 개정안은 여기에다 △특별시의 구 △광역시의 구 △인구 50만명 이상 시의 구 △인구 30만명 이상의 시 △인구 30만명 미만의 시 보건소에도 한의사 1명씩을 각각 배치토록 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한방진료 확대를 목적으로 한의사 보건소 전문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것은 정부가 무분별한 진료 행태를 조장하고 불필요한 진료 기능을 확대하는 것으로서 보건소 본연의 기능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보건소 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불법행위 발생 시 관리·감독할 수 없어 보건소내 불법행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메르스 감염병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기관 및 보건소가 책임져야 할 감염병 관리 역할을 일선 민간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감염병 관리·진료 등을 실시했다"며 "메르스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의 진료 기능 확대 및 부적절한 추가 인력 확대 등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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