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르스 후속 조치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지만 끝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지위와 권한을 격상시키고 인사권과 예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방역에 관한 한 전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지만 보건복지부의 산하에 있는 한 독립성을 보장받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물론 이번에 발표한 내용 중에는 감염병 정보 관리수집을 위한 긴급상황실 운영과 위기관리소통 전담부서 신설 등 이전에 비해 진일보된 방안도 눈에 띤다.
하지만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혼란을 겪는 만큼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개편방안을 기대했던 국민적 눈높이에는 미흡해 보인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왜 이토록 서두르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달 18일 정부 주최 국가방역체계개편 공청회 14일만이며, 신임장관 취임 7일만이다. 당시 공청회에서 정부는 전문가의 추가 의견를 수렴한 후 신중히 판단해 9월 중 개편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개편안은 당시 정부 용역을 받은 서재호 부경대 교수의 안과 거의 같아 의견수렴를 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로 끝난 셈이다.
특히 의료계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까지 권고했던 보건부 독립은 언급 조차 없다. 차선으로 이야기됐던 복수차관제 방안 역시 실종됐다.
복수차관제는 여당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국회 토론회까지 열 정도로 여당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무엇보다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가 정식으로 제언했으나 정부가 추후 계획 조차 밝히지 않아 국회를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떼어놓고라도 복수차관제는 보건복지부의 전문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문형표 전 장관때는 보건 전문성이, 신임 정진엽 장관은 복지 전문성 부족이 거론됐다.
전혀 다른 두 분야인 보건과 복지를 하나의 부처에서 총괄하는 현 체제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선이 복수차관제임은 두말한 나위 없다.
현재 야당과 시민사회계에서 쏟아지는 평가 처럼 이번 개편방안이 보다 큰 그림을 내놓지 못했다. 국가 감염관리선진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하려면 보건복지부만이 아니라 여러 부처들이 공조해야 가능한 만큼 대통령 산하든 국무총리 산하든 민관합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