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의사회, 여의대생 조사결과...고민해결사로 동기·부모님·친한 선배 꼽아
'멘토링제도' 효과 만점...선배의사·대학병원 교수·성공한 개원의 '멘토' 원해
한국여자의사회는 13일 킨텍스에서 '예비 여의사의 진로 및 일·가정 양립 방법 모색'을 주제로 멘토링 워크숍을 열고 멘토링 진행결과를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승희 서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2013년부터 한국여자의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진행 결과를 설명한 자리에서 "여자의대생의 46.8%(183명)가 결혼·임신·육아 등으로 인한 학업중단 내지 수련에 집중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여자이기 때문에 원하는 과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이 걱정된다'는 우려도 27.6%(108명)로 조사됐으며, '여자의사란 직업에 대한 편견으로 연애나 배우자 선택에 한계가 걱정된다'가 18.2%(71명)를 차지했다. 반면 '성별로 인해 문제를 겪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4%(28명)에 불과했다.
현재 관심사는 ▲학업 및 성적 25.3%(159명) ▲진로고민 24.6%(155명) ▲연애 및 결혼 17.6%(111명) ▲자기개발 11.6%(73명) ▲대인관계 9.7%(61명) 등을 꼽았다.
고민 해결 방법은 동기와 부모님 등 주변의 사람과 상담이 65.2%(180명)로 가장 많았고, 친한 선배와이 상담 20.7%(57명)를 차지했다. 반면 지도교수와 상담은 11.2%(31명), 학교내 상담기관 이용은 2.9%(8명)에 불과했다.
'어떤 선배 멘토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4,9%(295명)는 '원하는 과의 선배의사'를 꼽았고, ▲대학병원 교수18.9%(114명) ▲성공한 개원의 9.8%(59명) ▲국제기구 종사자 8.3%(50명) ▲정치·보건정책 전문가 7.3%(44명) ▲의료전문 변호사등 법조계 인물 7.0%(42명)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의료인에게 궁금한 점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가정과 일의 균형'이 37.9%(198명)로 가장 많았고, '조직에서 리더십 있는 여의사 되기' 19.1%(100명), '사회봉사 및 공헌' 12.8%(67명), '병원 밖 의료인의 길' 12.6%(66명), '개원의로서 성공적인 삶' 9.4%(49명), '과학자로서의 여의사' 8.2%(43명) 등을 손꼽았다.
의대 생활에서 여학생이기 때문에 겪었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부나 실습 시 체력 저하 38.9%(105명) ▲교수 또는 선배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즐거움을 창출하는 역할 16.7%(45명) ▲지나치게 집중되는 관심과 소문 14.8%(40명) ▲공공연한 성희롱·성차별 발언 11.1%(30명) ▲남학생이 중심이 된 활동에서의 배제 43.8%(13명) 등을 지적,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성차별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의학과 학생들은 엄청난 학습량과 생활 패턴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폭증하고 있다"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자아 존중감이 낮고, 높은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의미가 있는 것을 확신하고, 일과 사생활 사이에 조화를 이루며, 한두 명의 멘토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언급한 이 교수는 "예비 여의사의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여자의사회가 주관하고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봉옥 충남대병원장은 이날 '내 인생의 멘토들'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국립대병원 첫 여성 병원장으로 임명되기까지 가족·대학·사회의 멘토들이 든든한 디딤돌을 만들어줬다"면서 마취과에서 재활의학과로 전공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창일 전 세브란스병원장과 재활의학자의 길을 열어준 신정순 연세대 명예교수·오정희 고려대 교수를 비롯해 한국여자의사회 역대 회장단 등 인생의 멘토를 소개, 눈길을 끌었다.
지정토론에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실제 참여한 이찬화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정희연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임선영 원장(임선영산부인과의원)·백은주 아주의대 교수(생리학교실)가 멘티로 활동하면서 경험과 소감을 밝혔다.
멘티들은 수도권 이외의 지방 의대생들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영역과 직업을 가진 멘티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의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의학교육 단체와 사업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여의사 캠프를 열어 다양한 멘토와 멘티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여의사로만 제한적으로 멘토링 시스템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의사 사회 전반으로 시스템을 확산,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멘토링위원장(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은 "지방은 물론 계층별·직종별·생애별로 맞춤형 멘토링제도에 대한 요구가 높다"면서 "지속성과 체계성을 갖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화숙 한국여자의사회장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무엇보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중요하다"면서 "멘토링 시스템을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여의사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윤석완 여자의사회 총무이사와 최근 가톨릭외과여의사회를 발족한 최승혜 가톨릭의대 교수(성바오로병원 외과)를 비롯해 여성 보건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선진 수원시 권선구보건소장(여자의사회 문서이사) 등이 참석, 네트워킹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