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매거진 반창고 발행인·연세비앤에이의원 대표원장)
기원전 400여년 전에는 의학이란 학문은 종교와 철학·정치가 혼재된 것으로 학문으로 따로 분리되지 않았다. 의학이란 부분을 학문으로 분리하고 인정한 최초의 사람은 히포크라테스이다. 우리는 흔히 히포크라테스를 최초의 의사로 떠올린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의 질병의 의미는 신의 징벌이고 치료의 개념은 매우 미미했다.
그런 점에서 질병과 치료를 분리한 히포크라테스의 업적은 역사적으로 무시할 부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2015년이다. 기원전의 '질병'과 '치료'의 개념조차 없던 시대와 유전자를 분리하는 현재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의 '의사'들은 과학이라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체계로 질병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과학적인 합당함으로 치료의 체계를 의료인 동료들과 함께 만든다.
과거에는 의사가 단독으로 치료했다면 현재는 간호사·물리치료사·약사·방사선 기사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의료인들과 함께 진료하며 의사들간의 협력을 중요시 하는 것을 치료의 원칙으로 여긴다.
미국의 유명한 클리닉인 메이요의 진료 체계가 우수한 이유가 바로 협진 체계이다. 기원전 시대는 히포크라테스만이 의료의 결정자였으나, 현재는 시스템과 다른 전문가 의료인, 다른 의사들과 함께여야 한다. 즉, 규모의 크기가 달라졌으며 체계는 더욱 정교하고 세밀해 지고 과학적인 체계로 이뤄진다.
'의사' 판단에 기초가 되는 여러 분석을 위한 과학적인 검사가 이뤄지기 위해 검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동료가 존재한다.
따라서 기원전 의료는 '한 명'으로 구성되고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의료는 '체계와 동료, 과학적인 근거'가 유기적으로 이뤄져 '시스템'이 됐다.
시스템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개인보다 낫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원전 시대의 의사의 역할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 의사는 의료인이 됐고, 의료인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교육 받았으며 의료 행위를 위해 준비하고 치료하며 질병을 분석하는 자격을 얻게 됐다.
스스로가 아닌 체계 안에서 교육돼 인정받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교육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어지는 자격이다. 따라서 의료인이라는 자격은 '교육 체계 속에 고도로 훈련된 전문적인 자격'이다.
현재 의료인으로서 의사를 '히포크라테스'로만 바라본다면 현시대에서는 인정될 수 없다.
현재 '의사'는 자격을 부여 받은 '한 사람'이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는 철학과 정치 등 자신만의 논리로 '의사'라는 자격을 스스로 부여했다.
이 점은 현재 시대의 의사와 히포크라테스를 동일시 여길 수 없는 주된 이유이다.
우리는 의료인, 의사를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시대에 맞는 시선과 가치로 재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것을 반드시 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