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가 나쁜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 치료 시 생존율 크게 올라
하정훈 교수팀, "갑상선암 적정 치료시기 정립 연구 활성화 돼야"
갑상선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후가 나쁜 미분화 갑상선암도 조기 치료 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하정훈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는 박영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이도영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와 함께 이같은 연구결과를 갑상선 질환의 연구와 진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갑상선학회지 <갑상선> 온라인판 11월호에 게재했다.
갑상선은 목 앞 중앙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으로 신체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갑상선에 생긴 혹은 갑상선 결절이라고 한다. 갑상선 결절은 성인 2명 중 1명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지만 5%정도는 악성(암)으로 수술을 필요로 한다.
갑상선암은 수술로 암 부위를 제거하면 대체로 예후가 좋지만, 이는 암세포의 분화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다.
암세포의 분화 상태가 좋은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다. 암세포의 분화가 좋다는 것은 암세포가 정상세포의 모양과 기능을 많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암이 천천히 진행되고 치료도 잘된다. 국내 갑상선암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암과 여포암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유두암과 여포암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예후가 나쁜 암으로 변이가 진행된다. 분화의 방향이 역전, 분화 상태가 나쁜 '미분화 갑상선암'이 되는 것. 미분화 갑상선암은 주변 장기 침범 및 림프절로의 전이가 빨라 예후도 매우 좋지 않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미분화 갑상선암도 치료시기에 따라 생존율의 차이가 컸는데, 특히 조기에 치료가 이뤄질 경우 생존율이 크게 올랐다.
연구팀은 1985∼2013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을 치료받은 184명을 3그룹(진행 단계)에 따라 ▲완전 미분화 갑상선암(암 전체 미분화) ▲저분화 갑상선암(분화 상태 좋지 않음, 완전 미분화 전 단계) ▲분화 갑상선암이나 일부 미분화로 변이 진행 중 으로 나눠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완전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4.3%에 그쳤다. 반면 저분화와 일부 미분화 환자의 생존율은 각각 65.8%와 81.3%에 달했다.
또 수술이 가능한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71.4%)도 미분화가 많이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존율(26.5%)보다 크게 높았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외부방사선치료(신체 외부에서 방사선 조사)가 환자의 생존 기간(7.7개월→19.2개월)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다행인 것은 암 진단 기술의 발달로 예후가 좋은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가 점점 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자를 10년 단위로 나눠 보면 가장 초기(1985∼1994년)의 환자 중 수술로 암 절제가 가능한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는 28%에 그쳤지만, 이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76.7%(1995∼2004년), 79.1%(2005∼2013년)로 올랐다. 각 기간의 5년 생존율도 16%, 28.8%, 51.9%로 점점 상승했다.
하정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4만명 정도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하며, 갑상선에 혹이 만져지고 신체 증상이 생긴 후 암을 진단받으면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갑상선암도 조기 검진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갑상선암은 목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아니면 만져서 발견하기 어렵고 암이 기도의 절반 이상을 침범하기 전까지는 특이한 증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작은 갑상선암은 진단했더라도 수술하지 않고 관찰해 볼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갑상선암의 적절한 치료시기를 정립하는 연구가 보다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