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도 표현의 자유 해당...행정기관 사전검열 위헌

의료광고도 표현의 자유 해당...행정기관 사전검열 위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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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행정권 개입으로 자율성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 위배"
보건복지부 영향력 배제한 독립적·자율적 심의기구 형태 의료법 개정 불가피

헌법재판소는 23일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 중'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 및 의료법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의료광고가 상업광고 성격을 갖고 있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된다"면서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헌소원 청구인들은 의사와 광고업자로 '최신 요실금 수술법, IOT, 간편시술, 비용저렴, 부작용無'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의료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청구인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동시에 의료법 제56조 제1항 및 제2항 제9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2015헌바75)을 청구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 이후 의료법 제56조 제4항 제2호, 제5항, 제57조, 제89조를 심판대상으로 추가했다.

의료법 제56조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나 심의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전 심의없이 의료광고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전검열이 예외없이 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의료광고는 상업광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제2항도 당연히 적용되므로 사전검열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에 한한다"고 지적한 헌재는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심의주체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행하지 않고 그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지만,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면서 "의료법상 사전심의의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직접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의료법 시행령에서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의 수, 위원의 자격 등 구성에 관해 직접 규율하고 있는 점,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는 각 의사협회에 대해 위임사무 처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으며, 의료법 시행령상 심의기관의 장은 심의 및 재심의 결과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는 점,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고, 심의기준과 절차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행정권은 이를 통해 사전심의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헌재는 "각 의사협회가 의료광고의 사전심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의료는 국민 건강에 직결되므로 의료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광고에 대해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의료광고는 영리 목적의 상업광고로서 사상이나 지식에 관한 정치적·시민적 표현행위 등과 관련이 적고, 입법자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보건·건강권 모두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전심의절차를 법률로 규정했다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심의위원 위촉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여가 배제돼 있고, 각 심의위원회는 자율적으로 운영규정 및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제·개정해 왔으며, 수수료를 재원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 보건복지부 장관은 심의에 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각 의사협회는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라는 점을 들어 행정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재판관은 "잘못된 의료광고로 인해 국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크므로, 일정한 의료광고에 한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있다"면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의료광고 심의에 관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의 영향력을 배제한 의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사전 심사를 사후 심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위탁 수행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등 3개 단체는 내주 중에 관계자 회의를 열어 헌재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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