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심의 없이 광고 가능하지만 필요성은 '불변'
헌재 결정 후 '심의 받고 안전하게' 분위기 확산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위헌 결정 이후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관련 조항들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단체 중앙회가 수행하고 있는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 결정은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므로 작년 12월 23일 이후부터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의료광고 주체를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일부 의사회원들은 의료광고를 내기 전에 종전과 마찬가지로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는지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확실한 점은 2015년 12월 23일 이전과 달리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도 의료광고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사전심의 제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과대·과장 광고 등 의료법상 금지된 의료광고 유형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행 의료법 제56조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은 신의료기술에 관한 광고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 △다른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과 비교하는 내용 △다른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비방하는 내용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또 △의료인의 기능, 진료 방법과 관련해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하는 광고 △신문·방송·잡지 등을 이용해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광고 △그 밖에 의료광고의 내용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하거나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의 광고 역시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위원장 주영숙)는 위헌결정 이후에도 '자율심의'를 원칙으로 사전심의 업무를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의료광고를 내려는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심의를 원하는 경우 종전과 마찬가지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승인된 광고에 대해 심의필번호도 그대로 부여하고 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많은 회원들이 비록 사전심의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위법한 광고를 하게 돼 법적 불이익을 받기 보다 예전처럼 사전심의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심의 신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헌결정 초기의 혼란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선 의사 회원들은 다소 번거롭더라도 심의를 거쳐 안심하고 광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심의신청 접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위원회는 "만에 하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의료광고로 회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광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