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교수, 병상 총량관리 필요성 역설..."의료전달체계 확립 저해"
의협 "기본 틀부터 정립" 병협 "기존 틀 훼손 우려" 복지부 "신중 검토"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는 28일 국회에서 김용익 의원·한국보건행정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병상 공급의 관리와 의료전달체계 토론회'에서 병상 공급 관리와 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먼저 현재의 병상 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해, 단위 인구당 급성기 병상 수가 OECD 평균의 약 1.6배(2013년 기준)로, 2011년 말 기준으로 약 2만 개의 병원 병상이 공급 과잉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평균적인 병상 이용률은 50~60%(OECD 평균 75% 수준)에 그쳐, 병상 보유 의원으로 인해 전달체계 단계 간의 협력·연계가 곤란한 상황이며, 병원 공급 과잉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경쟁적 병상 증설과 환자 쏠림으로 지방 환자의 부담이 증가하고 지방 병원의 경영 악화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병상 공급이 병원 규모와 지역별로 '과잉'과 '부족'이 혼재하고 있으며, 적정 규모의 병원이 부족한 실태라는 진단도 내놨다
이 교수는 "적정 규모(통상 300~400병상 이상)를 갖춰야 병원이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체 급성기 병상의 34%만이 30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 공급되고 있다"면서 "병원은 많지만, 지역 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병원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병원 경영을 위한 매출 증대를 위해 불필요한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상존하며, 병원 경영을 위한 지출 감소로 의료의 질 하락과 인력의 양적·질적 위축을 초래하고 있으며, 병원에 대한 적정 수가 책정의 어려움과 의료의 지역 격차, 의료취약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상의 효율적 공급과 관리를 위해 ▲병상 총량 관리 기전 마련 ▲병상 과잉을 주도하는 중소형 병원의 신규 진입 억제 ▲기존 중소형 병원의 합리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고 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중소형 병원의 철수를 촉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중소형 병원이 적정 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의 청산을 위한 규제 역시 완화해야 하며, 300병상 미만 중소형 병원의 청산 촉진을 위한 특례 신실하고 잔여 재산의 일부를 법인의 기부자에게 보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추가적인 신규 병상 공급 관리, 정부의 병상 수급 조정 기능 확보(총량관리), 신규 병원 신설의 기준 강화 등도 검토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 "장기적 목표설정 먼저...의원 위상 재정립 필요"
최 소장은 "현재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의뢰서,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과 본인 부담률 차등, 질환에 따른 의료기관 종별 약제비 부담 차등과 더불어 시범사업 예정인 의뢰·회송 수가도 기본 틀을 염두에 두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량관리나 신규 진입의 규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의료기관의 반발을 수용하거나 지원할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특히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신규 진입 병원 규모 규제가 비현실적일 수도 있으므로, 예외적인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병원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의료공급체계 전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의원의 위상을 재정립해 의원은 일차의료기관이라는 개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병협 "현 제도 틀 훼손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개선"
조한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책 마련을 위해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협의체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조 보험위원장은 "병상 규모는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 인력·시설 등 제반 운영여건의 산출·유지를 위한 중요한 지표로서 작용하므로, 그 변경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작스러운 법률 개정이나 큰 제도적 변화가 이뤄질 경우, 현재 의료기관을 개설자와 지역주민에 대한 커다란 영향이 발생하므로 현행 제도의 틀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 개선책을 우선 논의하는 등 현행 의료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300병상 이상 병원 개설 제한...심각한 규제 될 수 있어"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300병상 이상 병원 신규 개설 제한 등 이 교수의 발에 내용에 대해, 현 정부의 규제 개혁 기조에 반하는 파격적인 규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경계했다.
이 과장은 "지금은 규제 개혁 기조가 강한 시기다. 그런 측면에서 300병상 이상 병원 신설 규제 제안은 파격적인 규제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신중하게 근거를 검토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병원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신설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중소병원 규모인 상황은 분명히 문제다. 그래서 300병상 이상 병원만 신규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정책자료 분석을 통해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병상 총량제의 경우도 교통 발달로 인구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전체 병상 총량과 지역별 병상 총량이 계속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병원 개설자들이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병원 규모를 판단해 병원 개설을 결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전문의들이 개원하는 시스템 고착된 상황에서 일차의료기관들이 중소병원과 경쟁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상 자원 정책뿐만 아니라 의료인력정책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끝으로 "현재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협의체에서 대형병원·수도권 환자 쏠림, 일차의료기관과 중소병원 경영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