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글로벌 제약사 멀지 않았다"

"종근당, 글로벌 제약사 멀지 않았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2.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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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⑧]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연초부터 종근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내 최대 처방규모를 자랑하는 DPP-4 억제제 '자누비아'와 자누비아 복합제 '자누메트', 자누메트XR'의 위탁판매자로 선정된 것도 모자라 주목받는 고지혈증 복합제 '바이토린'과 '아토젯'까지 가져갔다.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의 위탁판매권까지 확보하면서 올해 종근당의 매출규모는 최소 2000억원 정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발 중인 2세대 빈혈 치료제 네스프 바이오 시밀러 'CKD-11101'를 일본 후지제약에 기술수출까지 하면서 지난해말 8만원대였던 주가는 18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13만원대로 순항 중이다.

종근당의 최근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3월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된 김영주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영주 종근당 사장은 1990년대 부터 GSK와 릴리·노바티스 영업과 마케팅 총괄을 거쳐 2007년부터 머크세로노의 대표를 역임했다. 1993년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한독을 제외하면 다국적 제약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다. 제약계는 김영주 사장의 영입을 종근당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했다.

사장으로 선임된지 얼추 1년여를 맞은 김영주 사장을 최근 만났다.

김영주 사장은 최근 눈에 띄는 종근당 행보의 주역으로 지목받는 것에 대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술수출이나 적극적인 위탁판매 유치는 자신의 영입 전부터 장기적인 청사진 아래 추진됐던 계획의 일환으로 온전히 자신의 작품만은 아니라고 했다.

부임해서 보니 종근당의 하드웨어가 잘갖춰져 있어 하드웨어보다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를 정착시키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근 매출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리한 위탁판매 유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종근당이 추진하는 장기적인 발전계획에 해당 약이 적합해야 위탁판매를 맡는다"고 해명했다. "이익이 크지 않는데도 매출규모만을 늘리기 위해 유치한 경우는 없었다"고도 잘라말했다.

<일문일답>

사장 선임 이후 종근당의 변화 방향은?

막상 종근당에 들어와서 보니 글로벌화를 위한 토대라 할 수 있는 '머슬(근육)'이 탄탄하더라. '캄토벨'같은 신약개발 경험은 물론 수많은 제네릭 개발력도 갖췄다. 한 해 매출규모도 6000억원으로 기본적인 기반은 마련됐다.

무엇보다 '퍼스트 인 클래스'로 개발할 수 있는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만 7개, 18개의 개발 중인 신약복합제 가운데 11개가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R&D 비율도 매출액 대비 16%에 달한다.

하드웨어는 이미 준비가 어느정도 돼있다고 본다. 그래서 오히려 전문가의 역량을 더 빠르게 업그레이드하고 내부소통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결정'과 '액션'간의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치료제 위탁판매 유치에 적극 나서 소위 '대형품목'들을 가져가며 수익적으로 너무 무리한 유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우선 최근의 종근당 행보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온전히 내 작품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야겠다. 사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사실 매출규모보다 영업이익이 더 중요하다. 매출규모를 키우기 위해 수익률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위탁판매를 맡는 과정에서 손익계산서를 다 검토했고 충분히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매출규모를 키우기 위한 무리한 유치는 절대 안한다. 다만 이전에 대형품목을 맡던 측과 종근당은 여러모로 다를 수 있다. 더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이익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지금 유치한 약들은 모두 종근당의 장기적인 발전계획선상에서 의미있는 제품들이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위탁판매 제품 비율이 올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2.5% 정도 될 전망이다.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특히 중복 라인업은 맡지 않을 거다. '카니발리제이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비율이 아니라 '어떤 품목으로 라인업을 짰느냐'다. 위탁판매 제품 비율이 매출액 대비 22.5%라도 의미없는 제품이라면 회사에 올 별다른 이익은 없다.

같은 22.5%라도 주목받는 신약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목받는 신약을 위탁판매하다보면 직원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등 추가적인 이익이 생긴다. 종근당의 위탁판매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주목하기 보다는 어떤 품목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는지를 봐달라.

다국적 제약사 이력이 많은 김영주 사장이 영입되면서 종근당의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다. 막상 종근당에 와서 보니 종근당은 준비된 제약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글로벌 '스킬'을 추가하고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잘굴러갈 하드웨어, 즉 '머슬'을 잘 갖추고 있다.

75년의 역사에서 캄토벨같은 신약개발 경험도 있고 제네릭 개발역량도 어느정도 갖췄으며 매출도 6000억원 규모로 글로벌화의 기반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퍼스트 인 클래스'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만 7개다. 개발 중인 신약복합제 18개 가운데 11개가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R&D 비율도 매출액 대비 16%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런 튼튼한 머슬 위에 글로벌 스킬을 채워 넣으라는 의도에서 영입된 것으로 생각한다.

개발 중인 신약 후보 등에 대해서 말해달라.

임원들과 모여서 장기계획안을 마련했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순환기계와 당뇨, 신경계, 항암제 등의 치료제 분야가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본다. 이중 종근당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했다. 선정된 분야에 따라 종근당의 핵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도 핵심역량 위주의 라인업을 유지하려 한다.

R&D도 전략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으로 지원을 강화한 희귀질환을 보자면 만성질환 치료제보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임상시험 비용이 적게 든다. 희귀질환의 특성상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는다. 효과만 확실하다면 효율적인 비용으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눈여겨 보는 다국적 제약사가 '길리어드사이언스'다.

길리어드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냈다. 대상 환자는 적지만 부가가치를 높였다. 종근당은 이런 기조에서 황반변성이나 파킨슨 신약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랫동안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종근당에 부임해 문화적 이질감은 느끼지 않았나?

못 느꼈다. 종근당은 준비가 잘된 제약사였다. 직원 역량도 잘개발했다. 다만 지속해서 직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 약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전문성을 키우는 문화를 만들 작정이다. 신입 직원과 사장이 기탄없이 대화할 수 있는 문화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요즘 영업소를 자주 내려가 현장 직원과 대화한다. 직원들이 얘기하면 바뀐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다.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난 '정제된 자유'라고 말하는데 그런 종근당의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혼자 일할 수 없다. 종근당은 거대조직이고 수많은 전문가가 있다. 이런 자원을 조화롭게 해서 일단 국내 '톱' 제약사로 만들 생각이다. 나중에 소통하는 문화와 글로벌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 글로벌 종근당의 발판을 만든 사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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