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위험 줄이려면 준법지원조직 만들고, 인력 키워야"

"법적 위험 줄이려면 준법지원조직 만들고, 인력 키워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4.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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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분쟁·의료정보·계약 등 법률 문제 산재...모르면 큰 코 다쳐
예방·관리·교육 인력 필수...병협 '병원준법지원인 과정' 22일까지 모집

사례1(부제소 합의 요건).  A환자는 B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출혈 부위를 늦게 발견, 3차 수술까지 받았음에도 고도의 좌측 편마비·정신기능장애·미각 및 후각 기능장애가 발생했다. B종합병원은 부인 C씨와 민사·형사·행정 상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민원 제기·언론 및 인터넷 등을 통한 호소·면담 강요·시위 등의 행위를 모두 하지 않는 대신 6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부인 C씨는 신분증 사본·가족관계증명서를 첨부하고, 자필 서명과 함께 남편 A씨의 도장을 날인했다. 이 합의는 유효할까?

사례2(설명의무 주체). 수술을 맡은 의사가 수술 내용과 위험성·휴유증 등을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간호사등 직원을 통해 상세히 알린 경우 책임을 져야 하나?

사례3(진료기록 사본 요청). 환자·보호자·보건소·법원·검찰·경찰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요청하는 경우 따라야 하나?


'사례1'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호자와 한 합의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A씨가 자신의 도장과 신분증을 부인 C씨에게 맡긴 것이 아니라 사물함에 있던 것을 가져갔고, 위임장과 같이 대리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가져오지 않았으므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표시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부인 C씨가 A씨의 동의서를 받지 않은 채 권한없이 합의서를 체결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B대학병원이 A씨에게 5억 8703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결론적으로 A환자의 서명을 직접 받던가 자필동의서를 받아둬야 한다는 법무전담 실무자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은 탓에 6억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하게 된 사례다.

▲ 환자안전과 의료분쟁 관련 법률이 강화되면서 병원을 둘러싼 법률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례2'는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간과해 벌어진 사건. 설명의무 이행은 수술이나 진료를 맡은 의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설명은 수술이나 투약 전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수술이나 투약을 받을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법원은 진료의사가 아닌 주치의(전공의)나 다른 동료의사가 설명하는 것도 무방하지만 간호사를 통해 알린 경우에는 설명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례3'의 진료사본 요청에 관해서는 환자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면 발급해야 한다. 보호자는 환자의 배우자·직계 존속 및 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친족 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를 제출한 경우 발급해야 한다. 환자가 사망했거나 의식이 없어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를 첨부하면 된다.

보건소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61조(보고와 업무 검사 등)에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의료기관을 지도·감독하고 있는 관할 보건소에서 요청한 진료기록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106조에 의해 압수 또는 제출을 명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제시할 때 진료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문 형태로 수사협조를 요청한 경우에는 따를 의무가 없지만 의료법 제21조 제2항 제6호(형사소송법 제 218조 영장에 의하지 않니한 압수)에 근거해 공사익의 이익형량을 스스로 판단해 공익을 위해 임의로 진료기록 사본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입퇴원 및 외래 내원 여부와 같은 환자 행적과 연락처 등 긴급하게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외에 진료과목·처치 내용 등 질병치료와 직접 관계된 내역은 민감한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므로 환자의 동의없이 진료기록 사본을 제출하면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이처럼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에는 반드시 법률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한국소비자원이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구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의료사고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조정·중재 신청이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7월 29일부터 시행 예정인 '환자안전법'에 따라 3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두어야 한다.

서울과 인천 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료사고 전담 수사반이 설치되고, 수사인력이 보강되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압수 수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병협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운영위원장·본플러스재단분당병원장)는 "1∼2%대 보험수가로는 병원경영을 유지하기 조차 버거운데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규제와 법률적 제약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병원경영을 위해 법률적 위험에 대비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아주대병원·한림대의료원·가천길병원 등 대형병원의 경우 법무팀을 갖추고, 법무전담인력을 보강해 법률·제도 변화에 따른 병원 차원의 법률적 위험에 대비하고, 법적 서식 정비와 의료진 대상 예방 교육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병원들이 법무조직과 전담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법률적·제도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조직의 부재는 물품공급·파견도급·임대차 계약등 법률적인 계약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법무조직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재원관리를 비롯한 행정실무에 치우쳐 위기관리 전략 수립·의료분쟁 대응·구성원 교육·전파라는 법무전담조직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보건의료법률 제·개정에 따라 통일성과 완결성 높은 법적 서식을 갖춰야 하지만 서식이 제각각인 경우도 다반사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병원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동의서'와 '입원약정서' 등의 서식은 통일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A의료원의 경우 산하 병원마다 동의서 양식이 달라 병원 간 정보 공유와 확산이라는 의료원의 순기능과 역할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항영 강북삼성병원 법무파트장은 "다나의원의 C형 간염 감염사태와 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사망 사건 등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집단소송이 벌어지고,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크고 작은 의료분쟁과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은 법률과 제도적 위험에 직면해 있는 병원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병원계에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준법지원제도를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파트장은 "병원 법무조직이 제 역할을 하는 병원은 법률이나 제도적 위험에 미리 대비할 수 있고, 법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법률 위험을 최소화 하면 병원의 경쟁력과 신뢰를 높일 수 있고, 임직원은 물론 환자와 협력업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인들의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김필수 병협 법제이사(준법지원인 양성과정 운영위원장)가 병원 법무 역량 강화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병협 '제5기 병원준법지원인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4월 22일 신청 마감
대한병원협회는 규제와 법률적인 제약이 많은 병원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법률 교육을 통해 법무전담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제5기 병원준법지원인 양성과정' 교육생을 22일까지 모집한다. 전국 병의원에서 법률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법무 및 원무 분야 실무자를 비롯해 병원장·이사장 등이 대상이다.

이숙자 병협 학술사업본부장은 "병원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법률·의료분쟁·환자안전 등의 문제를 사안별로 시의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강연자와 교육생간의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병원 법무 담당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의료 관련 법률과 병원현장 사례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문변호사를 비롯해 각 분야별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빙해 교육의 내실을 기했다"고 밝혔다.

교육 과정은 ▲의료법 ▲개인정보 보호법 및 현장조사 ▲건강보험 및 의료기관 행정처분 ▲의료분쟁 및 민원 대응법 ▲환자 안전 사고 및 의료광고 ▲리베이트 및 의료형법 ▲생명윤리 및 세무 회계 ▲지적재산권 및 실손보험 ▲인사·노무·외국인환자 유치·해외 진출 등으로 구성됐다.

2015년 3월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1∼4기 수료생과 전국 법무팀 담당자를 중심으로 대한준법지원인협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유규상 대한준법지원인협회장(길병원 법무팀장)은 "최고경영자가 사업 추진에 앞서 법률적인 문제는 없는지, 계약이 제대로 됐는지 상시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률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준법지원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회장은 "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 요인은 없는지 진단해 미리 해결하고, 피치 못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도 초기부터 대응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보건의료관련 법령을 숙지하고, 임직원 교육을 통해 상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일정은 5월 4일∼7월 21일까지이며, 매주 목요일 오후 6∼9시까지 병협 1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한다.

80% 이상 출석해야 수료가 가능하며, 수료생에 한 해 병원준법지원인 인증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한다.

등록은 병협 교육센터 홈페이지(http://edu.kha.or.kr)에서 온라인 신청 후 신청서를 전자우편(rjm@kha.or.kr)으로 보내면 된다.

교육비는 교재비·식비·워크숍 참가비 등을 포함, 회원병원은 130만원(비회원병원 150만원)이다. 4월 22일(금)까지 선착순 마감한다. 

교육비는 하나은행(168-024405-00105 대한병원협회)으로 입금하면 되며, 입금자명에 반드시 병원명을 표기해야 한다. 문의(☎ 02-705-9247  류정민 병협 국제학술국).

▲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법무 역량 강화 워크숍이 3월 25~26일 전주 한옥마을 최명희 문학관에서 열렸다. 워크숍에는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회원과 전국 병원 법무담당자 가 참석, 병원을 둘러싼 법률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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