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이후 우려감 팽배
시민단체 "불법 광고 난무...피해는 국민이"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 생명을 위협할 소지가 있다 해도 표현의 자유로서 존중받아야 하는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의란 '굴레'를 벗어던졌다면 환영하는 분위기여야 옳다. 과거 영화나 음악, 도서가 그랬듯이.
그러나 위헌 판결 4개월이 지난 현재, 의료광고 사전심의 폐지를 보는 시선은 다르다. 오히려 국회 입법조사처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우려가 커져가는 모양새다. 이들은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불법 의료광고가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력한 보호장치도 없이 규제는 풀려버렸다" 지적하며 "과연 어떤 가치가 생명보다 더 중요할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나진 않을까"라 비판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관(과학방송통신팀)은 헌재 결정에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사전심의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헌재의 위헌 판결도 보건복지부 주체를 위헌으로 본 것이지 사전심의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건 아니라는 것.
최 조사관은 "사전심의를 하는 게 효율적이다. 사후심의에 대한 마땅한 대책에 없는 상태에서 사후심의를 논의하긴 어렵다"며 "포털사이트 운영자나 일반 사업자가 의료광고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건 무리다. 일반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워 전문가 단체가 아닌 민간기구에 사후심의를 위임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광고는 너무나 많지만 사후심의를 할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런 조치 없이 사후심의제도를 유지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 밝혔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역시 불법광고 범람으로 인한 사후심의의 한계와 시스템 미비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미용이나 성형 광고는 일반적인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사후심의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전문가들이 의학적인 판단 하에 진행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의료광고가 너무 많아 자율적인 사후심의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사전심의제도는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행정권 개입이 안 된다는 전제 하에 강제성을 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사후심의를 하더라도 대안과 시스템을 갖춰놓고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전문가 단체 중심으로 사전심의를 하되 행정권을 배제한 대안을 찾으려 단체 차원에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사후심의에 무게를 실었다. 불법 의료광고의 피해는 환자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는 것.
안 대표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폐지는 단순히 의원간 경쟁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의사에게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아주 심각한 일"이라며 "광고를 많이 할수록 환자가 해당 병원으로 쏠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의료광고는 환자의 질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막강한 사후관리 시스템이 없는 한 사전심의가 있는 편이 훨씬 낫다"며 "불법 의료광고를 신고하는 상당수가 주변 의원이다. 일반인이 신고하는 비율은 낮아, 그만큼 의료광고는 일반인이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행정권이 개입하지 않는 체제로 자율적인 사전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사후심의를 하려면 정책에 기반한 아주 막강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 출연으로 독립된 심사기구를 만들어 감시하고 관련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지금, 헌재의 위헌 결정은 병원도 시민도 정부도 다함께 힘들게 만드는 결정"이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