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일방적 건정심 의결에 '분개'..."사전협의도 없었다"
"의료계 협조 없으면, 달빛어린이병원처럼 실패할 것" 강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확대를 의결한 것에 대해, 의협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총력 저지를 다짐했다.
10일 건정심은 의료기관 참여 저조로 실패한 달빛 어린이병원 사업을 이름만 바꾼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강제 지정안을 의결했다. 의협 측이 반대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지만, 보건복지부의 추진 의지와 가입자 단체의 동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의협은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함께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확대를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정심 회의에 참석했던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는 회의 직후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일방적인 건정심 의결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 등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서 이사는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건정심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면서 의협이나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사전협의도 없었다"면서 "의결된 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협력해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확대를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추가로 근무해야 하는 야간·휴일 진료는 근본적으로 의사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타당함에도 공공의료기관도 아닌 민간의료기관을 강제로 지정해 시행하겠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의 추진 의지가 너무나 강했고, 이에 가입자 단체 대표도 소아 응급환자 중 30%가 단순 소아청소년과 질환으로 응급실로 찾고 있다며 사업 추진을 강력히 요구했다"면서 "표결도 없이 의협의 반대가 있었다는 사실만 회의록에 남기기로 하고 보건복지부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에 의결된 안에 동의할 수 없으니,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다른 다양한 모델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소아 야간·휴일 진료 의료기관 지정 사업이 달빛 어린이병원 지정 사업처럼 실패하지 않으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서 이사는 "기존 달빛 어린이병원 지정 사업도 추가로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인책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달빛 어린이병원보다 수가가 더 인상된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지정 사업 역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건정심에서 의결한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지정안의 핵심 내용은 네 가지다.
보건복지부는 먼저, 권역 응급의료센터 가까이에 응급의료기금으로 야간 진료소 만들고 지역의사회 협조를 받아 당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순환 근무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진료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12시, 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이외에도 달빛 어린이병원 지정 사업을 준용하는 안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당번제를 시행하는 안,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외에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참여시키는 안 등을 보건복지부는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