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 "보고자 불이익 없음 원칙...철저한 비밀 보장"
하위법령에 의료계 의견 반영 노력...예산·인력 뒷받침 없인 '용두사미'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8일 서울의대 행정관에서 열린 대한환자안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입법예고 후 정부의 준비 현황'을 설명한 자리에서 "의료기관 내부에만 머무르는 환자안전 정보를 전체 의료계에 확산시켜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병원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보고자에 대한 불이익 없음을 원칙으로, 철저히 비밀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는 개별·비밀로 하고, 보고를 강제하기 위한 제재규정도 없다"고 언급한 김 정책관은 "자율보고를 한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도 가능하도록 했다"면서 "보고 자료는 검증 후 개인식별정보를 삭제하고, 보고자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유출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환자안전에 관한 경험을 자율적으로 보고토로 함으로써 반복적으로 발생한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필요하면 위험 경보를 발령해 전체 의료기관 전파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환자안전을 향상하고, 국가적으로 의료의 질을 높이며, 보건의료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환자안전법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를 전망했다.
"하위법령에 대한 의견 수렴을 통해 환자안전기준을 시행규칙에 제정하려던 것을 국가환자안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다"고 밝힌 김 정책관은 "외부인사를 필수적으로 포함토록 한 의료기관 환자안전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하고, 보건의료기관의 시설·장비·관리체계·준수사항도 전문가 의견을 더 수렴해 국가환자위원회를 거쳐 장관이 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담인력 교육기관 자격의 경우에도 임차 등을 폭넓게 인정하고, 학회 교육 인정 여부는 교육계획서 심사단계에서 판단키로 했다고 언급했다.
보고학습시스템은 7월경 위탁 운영자를 지정,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구축하게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8월에는 전담인력 교육기관을 지정, 9월부터 교육을 실시하되 준비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해야 의료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고, 안심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제적 투자 효과는 병원과 환자에게 돌아간다.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과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정책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환자안전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기관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필요하다"며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직간접적인 통제가 아닌 안전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자안전법의 가장 취약점은 보고받은 후 누가 분석하고, 연구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이같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인건비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보고학습체계가가 아닌 보고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허윤정 학회 이사는 "실효성 있는 지원과 의료인 스스로 자율기전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자안전과 예방에 대해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가 참여하는 환자안전사고 예방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감염관리료를 인상하고 더 폭 넓은 수가를 인정했듯이 환자안전관리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환자안전위원회와 감염관리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를 통합하고, 병원이 QI 전담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행위가 아닌 의료 질에 대한 최초의 수가가 감염관리료"라며 수가체계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한 뒤 "병원들이 환자안전 활동에 참여하고, 시스템을 만든 후에 인력과 예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이사는 "학회·병원계·환자단체 등의 환자안전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포퓰리즘으로 인해 훼손당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정치한 리더십 발휘해야 한다"며 "점차 인증수준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부여해 모든 병원들이 사각지대를 없이 같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병주 환자안전학회장은 "환자안전 보고자료를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며 "조직과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모처럼 제정된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좌장은 맡은 김소윤 연세의대 교수(환자안전학회 이사)는 "환자안전법 제정을 계기로 정부·학회·병원계·시민단체가 한 배를 탔다. 7월 29일 하위법령을 시행할 때까지 배는 떠 있어야 하지 않냐"며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