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전증환자, 건보 보장 사각지대에 있다"

"중증 뇌전증환자, 건보 보장 사각지대에 있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6.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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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삭감·사보험 가입 거부·항우울제 처방 제한 '삼중고'
뇌전증학회, 정부 관심·지원 촉구..."자살하는 건 막아야"

▲ 대한뇌전증학회(회장 홍승봉)가 제21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계기로, 국내 뇌전증 환자에 대한 수술 삭감, 민간의료보험 가입 거부, 항우울제 처방 제한 등의 실태를 밝히고,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빈곤한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대한 수술에 대한 삭감과 사보험 가입 거부, 그리고 항우울제 처방 제한 등으로 고통받고 있어, 정부의 지원일 절실하다."

대한뇌전증학회(회장 홍승봉)는 17일 열린 제21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Korean Epilepsy Congress, 이하 KEC)'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국내 중증 뇌전증 환자가 필요한 수술적 치료와 의약품 처방을 받지 못하고, 민간보험 가입까지 거부당하고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홍승봉 뇌전증학회장은 먼저 "성공률이 85%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뇌전증 수술에 사용되는 두개강 내 전극에 대한 갑작스러운 과잉삭감으로 뇌전증 전문의들이 삭감을 의식해 제대로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피해가 환자에게 직결되고 있어, 뇌전증학회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삭감 중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의 뇌전증 전문가들 모두 두개강 내 전극 삭감의 부당함에 동의하고 크게 놀라고 있다"면서 세계 최고의 뇌전증 석학이며 뇌전증 수술 교과서의 책임 저자인 'Hans Luders' 미국 Case Western University병원 신경과 교수가 홍 회장에게 보낸 관련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이메일에서 Luders 교수는 "뇌전증 환자에서 뇌전증 수술 시 절제한 뇌 부위에서 먼 곳에 삽입된 두개강 내 전극을 삭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는 이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Luders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는 미국, 일본, 중국의 뇌전증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평원에 제출했다.

뇌전증학회에 따르면 현재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30만명의 뇌전증 환자 중 여러 가지 항경련제를 복용해도 의식소실을 동반하는 중증 발작이 한달에 1회 이상 발생하는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 2만명 내외로 추산되며, 이들 중 약 50%(1만명)에서 뇌전증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소아신경과-신경외과-뇌영상-신경심리 전문간호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수술팀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술비 급여로 인해 기존의 뇌전증수술센터는 수술을 포기하면서 20년 전에 10개였던 뇌전증수술센터가 6개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뇌전증 수술에 대한 지원 정책이 전무한 상태며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두개강 내 전극 삽입에 대한 과잉삭감으로 뇌전증 수술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뇌전증 환자는 일반 민간의료보험 가입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뇌전증학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의 25%만이 생명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뇌전증 발병 후에 가입한 환자는 15%에 불과했다. 영국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뇌전증 환자의 53%가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다.

홍 회장은 "보험회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몇몇 보험회사는 단 한 번의 경련 발작만으로도 보험 가입을 받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해 놓고 있어서, 실제로 뇌전증환자의 보험 가입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뇌 MRI가 정상이고 최소 1년 이상 경련 발작이 없는 뇌전증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 사망률과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최근 연구 결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뇌전증 환자의 사보험 가입의 기회가 확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 처방이 60일로 제한된 것 역시 뇌전증 환자 치료의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박성파 경북의대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들의 21.9%(일반인 약 3%의 7배)가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 둥 24.7%만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75%가 치료를 못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안전한 SSRI 항우울제 60일 처방제한 급여기준 때문이라는 것이 뇌전증학회의 주장이다.

홍 회장은 뇌전증 환자 자살률 실태를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밝히며, 뇌전증 환자 치료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외래 진료를 받은 뇌전증 환자 117명을 대상으로 두통과 정신적 증상의 연관 관계를 분석 결과, 뇌전증 환자 10명 중 4명이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우울감정에 빠지거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두통이 있는 뇌전증 환자는 우울과 불안증세를 보여 주는 '척도 점수'가 두통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두통을 관리하면 우울, 불안, 자살 충동성을 호전시킬 수 있는데, 환자 대다수가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자간담회에는 허균 한국뇌전증협회회장(아주의대 신경과), 이상 암사회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경과),박성파 뇌전증우울증대책위원장(경북대병원 신경과), 김원주 홍보이사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박용덕 교수(미국, Gorgia Regents University Hospital), 제임스 바움 가트너 교수(Florida Hospital Neuroscience Institute), David Ko 교수(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Hospital), Philippe Kahane 교수(프랑스, Grenoble University Hospital), Akio Ikeda 교수(일본 교토대학병원) 등 국내외 석학들이 동석해, 홍 회장과 뇌전증학회의 주장해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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