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부족한 수가 보전과 인력 충원 및 지위 문제 호소
복지부 "시범사업서 잘 됐으니 각 병원에서 알아서 해결"
복지부가 7월 15일까지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 총 32개 병동을 대상으로 8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앞두고 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참여 설명회'를 21일 오후 3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하 강당에서 열었다.
병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역시나 수가였다. 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수가를 산정하면서 이와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수가를 참조, 인력 배치기준에 따라 최소 1만 500원에서 최대 2만 9940원까지 책정했다.
그러나 A병원 관계자는 "전공의특별법으로 수련시간이 줄고 선택진료비도 축소되며 병원은 수가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보전돼야 함에도 수가는 1인당 최대 3만원에 불과하다. 만일 1인당 45병상을 담당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4500만원의 수가가 들어와, 1년에 약 5억원이다. 하지만 최대 5명을 배치해야 해 인건비만 7억 5000만원이 들어 결국은 적자"라며 "향후 수가에 대한 보전책이 있느냐"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는 "도입 취지는 좋으나 수가 등 여러 문제로 인력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주 7일, 24시간 상주해야 하나 실제로 중요한 건 야간과 휴일이다. 만일 24시간 근무인력을 구하지 못할 경우 야간 및 휴일 위주로 근무시키는 방향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도 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임을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건정심에서 수가 논의가 있었다. 병원은 수가 보전이 돼야 입원전담전문의를 뽑을 수 있다는 입장이나, 시민 입장에선 부족한 인력은 병원에서 충원할 문제인데 왜 건보료로 지원해야 하느냐는 입장이었다.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며 "수가는 의사인력 인건비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게 아니다. 행위를 두고 책정해 가장 유사한 중환자실 전담의가 기준이 됐다. 병원 입장에선 충분하지 않겠지만, 심평원과 함께 수가 적정성을 평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야간 및 휴일 근무 여부에 대해선 "향후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평가과정에서 논의할 것"이라 답했다.
애매한 지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전공의도, 교수도 아닌 탓에 일각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슈퍼전공의' 혹은 '전문의 5년차'로 낮춰 부르기 때문. C병원 관계자는 "교수나 전공의, 전임의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해결책을 요구했으나 여기에도 복지부는 "알아서 할 것"을 권했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결과를 보니 각자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해 입원전담전문의의 전문성을 인정할 경우 포용이 잘 된 케이스도 있었다. 병원에서 잘 조절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
병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D병원 관계자가 "환자들이 담당교수를 고집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국내 환자 정서를 지적하자 이 역시 "병원에서 해결할 부분"이라 답한 것.
복지부는 "이 문제는 상당한 고민"이라 운을 뗐지만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적용해보니, 처음에는 환자 불만도 있었으나 결국 잘 해결됐다.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적용 여부는 병원에서 고민할 부분"이라고 답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뿐이었다.
결국 본격적인 시범사업 시행 1달 반을 앞두고도 뚜렷한 해답 제시는 없었다. '현장의 일은 병원에서 책임지라'는 복지부의 태도에 병원들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인건비도 안 나올걸"이라 푸념하는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