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기존 협진 비급여 자료 파악 어렵다...시범사업 통해 확보"
선 연구용역, 후 시범사업 지적엔 "시범사업과 자료분석·연구 병행"
12일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부터 전국 국공립병원 8곳과 민간병원 5곳에서 의·한 협진 1차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범사업의 골자는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 의과·한의과 이용 시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남점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과 황호평 사무관은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한 협진 1차 시범사업 내용과 향후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남점순 한의약정책과장은 먼저 "지금까지는 의·한 협진의 경우 둘 중 하나는 비급여로 급여신청을 안 했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1차 시범사업을 협진에 대한 급여신청을 받게 되면 협진 실태를 파악해 평가할 수 있다. 실태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차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협진 범위도 설정하지 않아, 사실상 협진 범위를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남 과장은 "협진 대상 질환은 모든 질환이라고 봐야 한다. 어떤 협진이 우수한지 확인된 것이 없기 때문에 협진 효과 연구도 같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분석과 연구를 통해 구체적 협진 방법과 절차 등 프로토콜을 만들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약제에 대해서는 의·한 두 가지 모두 급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어, 하나만 급여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비급여인 나머지 하나의 약제에 대해서도 조사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의·한 협진 중 하나의 행위가 비급여이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는 설명과 상충하는 설명이었다.
아울러 "1차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이 그간에도 협진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협진 위주로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들이 시범사업에서도 그동안 해왔던 협진 위주로 시행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황호평 사무관은 "그간 의·한 협진 병원에서도 협진 여부를 의학적 판단에 의해 해왔기 때문에,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아무 질환이나 협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 해당 병원에서 역량에 따라 그간 해오던 협진에 대한 프로토콜을 토대로 협진 대상 질환을 정할 것이다. 기존에 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질환에 대해서 협진을 하는 것은 의사와 한의사의 의학적 양심에 반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하게 협진을 확대하면 결국은 시범사업으로 끝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참여 의료기관이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오남용하면 정책당국은 사업을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이론적으로는 그런 우려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참여 의료기관이 시범사업만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협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 시범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국공립병원 위주로 참여 의료기관을 선정했다는 설명과 배치되는 기대였다.
협진의 경우 의과와 한의과의 치료 성과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치료 효과가 없는 의과나 한의과 치료의 효과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황 사무관은 "결국 시범사업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남 과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분석하고 연구할 때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고, 한의사의 의료기사 지도·감독권 요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남 과장은"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남 과장은 끝으로 "의과와 한의과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잘 정착했으면 한다"면서 "의과와 한의과가 객관적 입장에서 협조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