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외래 초진료 일본의 절반, 미국의 25%
10분이든 한 시간이든 1만4천원 "차등화 해야"
우리나라 동네의원의 외래 진찰료 수준이 일본의 절반 수준, 미국의 2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찰료가 턱없이 낮다보니 의원들은 박리다매식 진료에 매진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 건강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정연)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초진 진찰료는 우리나라가 1만4410원인데 비해 일본 2만9596원, 미국 5만2173원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의원과 병원간 진찰료 차이도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병원 1만4830원, 종합병원 1만6530원, 상급종합병원 1만8160원으로 규모가 클 수록 더 높은 진찰료가 책정돼 있는데 반해, 일본은 의원과 병원의 진찰료가 동일하고, 미국은 병원이 3만1808원으로 의원보다 훨씬 낮다.
낮은 진찰료는 동네의원 본연의 외래 기능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의정연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반 토막 난데 비해 상급종합병원은 건강보험 급여비 수입에서 외래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1.5%에서 31.3% 급증했다.
의정연은 "우리나라에서도 의원의 외래 진찰료 수준을 병원보다 높게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시간 대기 3분 진료'로 대변되는 박리다매형 진료 구조의 원인 역시 낮은 진찰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외래 진찰료 수준이 턱없이 낮다보니 의사가 제한된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의료기관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곡된 진료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진료시간에 따른 차등화 된 수가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정연이 한국과 미국의 진료시간에 따른 외래 초진 진찰료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진료시간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1만4410원으로 묶여 있는 반면, 미국은 진료시간이 10분일 경우 5만2173원, 20분 8만9075원, 30분 12만8951원, 45분 19만6809원, 60분 24만6862원으로 차등 책정하고 있다.
의정연은 "미국은 환자의 질병과 건강상태에 따라 진료시간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민 의정연 소장은 "위축되고 있는 동네의원과 제기능을 못하는 의료전달체계를 계속 방치한다면 국가 보건의료체계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동네의원의 외래 진찰료 정상화 등을 통해 의료전달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가단체가 대안을 찾아 의료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처럼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보장해줘야 양질의 진료제공은 물론 이로 인해 환자의 안전과 건강, 나아가 의사 환자 간 신뢰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하는 선진 의료 환경이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