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학연구자들 사이에는 올해부터 질병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데다 설상가상 올 8월 16일 전까지 연구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파기하도록 하면서 보건의료연구의 전면 마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학계와 학자들은 법 개정 필요성을 환기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 조성에 나섰다.
다행히 지난 5월 발표돼 최근 입법예고를 마친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공익을 위한 연구 수행' 시 주민등록번호 등을 포함한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연구자들이 안도의 숨을 쉬게됐다.
이번 개정안은 코호트 연구처럼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꼭 필요한 연구 수행을 위한 고유식별정보 처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의학연구자들은 질병·사망의 원인파악을 위한 추적 연구들이 가능하도록 모처럼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법개정을 했다며,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어 보인다. 최근 의학한림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확인됐다. 개정안에 들어가 있는 "공익을 위한 연구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이번 개정만으로는 실제 사용이 원활해지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왔다.
생명윤리법 개정을 통해 기존 보건의료연구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연계하지 않는 개인정보 활용은 가능하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연계활용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개인정보의 보호'라는 대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건의료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번 생명윤리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장 합리적인 후속 보완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