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메카로 자리잡은 한국

로봇수술 메카로 자리잡은 한국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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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데이터 축적 의료 패러다임 바뀐다"

 

2005년 첫 도입…11년만에 58대로 늘어

다빈치 로봇은 2006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 500여대, 유럽 150여대, 아시아권에 20여대가 보급됐다. 우리나라가 200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으로 도입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시아권에서는 로봇수술의 성장이 빨랐음을 알 수 있다.

▲ 표 1) 국내 로봇수술기 설치 현황(2016년 5월 기준)

그러나 2005년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된 이후, 2016년 5월을 기준으로 국내 45곳 병원에서 총 58대(서울 27, 경기·인천 11, 강원도 2, 충남 2, 경남 12, 전남 3, 제주도 1)의 다빈치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런 다빈치 로봇으로 우리나라는 로봇수술 건수와 술기 개발, 의료진의 연구실적 면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표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인튜이티브 서지컬에 따르면 2014년 한해에만 57만건의 다빈치 로봇수술이 전세계에서 이뤄졌으며, 로봇수술이 상용화 되기 시작한 2000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이뤄진 누적 수술건수는 약 250만건에 이른다.

특히 미국은 전립선암 환자에게 실시하는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 5건 중 4건이 로봇수술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심평원 자료를 분석했을 때 총 8840건의 로봇수술 건수 중 35%(3093건)가 전립선암 수술이었고, 그 다음이 갑상선암 30%(2689건), 직장암 8.5%(752건) 순을 보였다(표 2).

▲ 표 2) 연도별 국내 로봇수술 시행 건수

또 수술건수를 보면(2010년 기준) 비뇨기과 분야가 45.7%, 일반외과 분야 43.8%, 산부인과 분야 4.5%, 심장 분야 2.4%, 흉부 분야 2%, 이비인후과 분야 1.6%의 빈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로봇수술 도입 초기 전립선암 수술 위주로 시행되던 것이 적용 영역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현재는 신장암·방광암·신우암·요관암 및 소아 비뇨기과 수술 등 거의 대부분의 비뇨기계 질환을 아우르기에 이르렀다.

국내 로봇수술의 급성장…국제적 명성

대표적으로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3년 단일 기관 기준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1만례를 달성했으며, 이 병원 정웅윤 교수(갑상선내분비외과)는 세계 최초로 갑상선암 로봇수술 5000례를 달성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2번째, 국내 최초 로봇트레이닝센터가 들어왔다.

최근에는 계명대 동산병원의 백성규 교수(대장항문외과)가 세계 최초로 단일공(하나의 절개를 통해 실시하는 수술) 직장암 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 의료진은 다양한 술기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현재 한국 의료진이 개발한 위암·직장암·전립선암·갑상선암 등의 로봇수술법은 국제 표준으로 정립,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교육용 DVD에 담겨 보급되고 있으며, 많은 의료진들이 매년 미국이나 유럽 학회에 초청 받아 해외 의료진들에게 수술법을 지도하고 있다.

한편, 인튜이티브서지컬의 'Epicenter'는 술기가 우수하고 로봇수술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직접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로봇수술에 숙련된 의사가 좀 더 나은 술기를 익히기를 원할 때 참여하는 로봇 수술관련 상급자 코스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의료진들이 Epicenter를 운영하고 있다(표 3).

▲ 표 3) 국내 로봇수술기 설치 연혁

로봇수술 배우러 한국으로…

한국은 일본·미국·유럽·동남아 등에서 많은 외과의사들이 수술 참관을 위해 방문하는 로봇수술 트레이닝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2009년부터 '세브란스 다빈치 트레이닝 센터' 운영을 통해 국내 의료진 외에도 수많은 해외 의료진에게 로봇수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지난 2013년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의료진과 관련 전문가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KAROS)는 최근 로봇수술 시행 건수가 크게 늘고 있는 중국 외과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회 차원의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준비중에 있다.

무엇보다 국내 로봇수술 논문 발간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109편, 대만 18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총 136편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11년 경험 축적…수술옵션 자리매김

최소침습방법을 기반으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수술은 지난 11년간의 술기경험이 축적돼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주요하게 고려하는 하나의 수술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절개를 최소화 해 수술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데, 개복수술과 달리 회복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통증이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특히 고화질의 확대된 시야를 제공하고 의사의 손 움직임을 그대로 전달하는 초소형 기구가 장착된 로봇수술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에 효과적이어서 폐암·신장암(부분신장절제술)·췌장암 등 까다로운 암수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전립선 수술이나 자궁 경부 등 부인과 수술에서도 환자들에게 더 나은 수술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로 자궁근종 수술 등 부인과 수술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로봇수술의 정교함이 생식 기관의 손상을 최소화해 생식 능력 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식기관을 적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로봇수술로 치료를 받은 후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사례들이 적지 않게 소개되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들, 성과 앞다퉈 발표

뒤늦게 로봇수술을 도입한 병원들도 여러 성과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이윤순 경북의대 교수(칠곡경북대병원 부인암센터)팀은 전국 최초로 부인과 질환 로봇수술 500례를 달성(2008년 로봇수술시작 2016년 7월 기준)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6년 7월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방광 적출술 100례를 달성했다. 2008년 첫 수술을 시작한 이래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전립선암과 같이 비뇨기암에서 로봇수술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 방광암에서는 더뎠다.

하지만 로봇을 이용한 방광 적출술이 개복술에 비해 합병증 발생이 적고, 생존율 등 치료 결과는 유사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세계 각국 여러 병원들이 점차 술기적용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장진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팀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복강경 및 로봇 수술의 장점을 선택한 하이브리드 수술방법으로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했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올해 2월 103세 노인의 결장암을 로봇수술로 성공하면서 100세 암 수술시대를 열었다.

동산병원은 로봇수술을 시작한 지 4년여만에 1000례를 달성했으며, 그동안 자궁경부암 단일공수술 아시아 최초, 단일공 로봇시스템을 이용한 직장암 수술 세계 처음으로 성공, 우측결장암 단일공수술 국내 두번째, 폐암·심장판막성형수술 지역최초, 자궁내막암 단일공수술 국내 최다 등의 기록을 만들며 지역의료를 뛰어 넘은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까지도 올해 개원 16주년을 맞이하면서 로봇수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미래엔 인공지능 진단하고 로봇이 수술

올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인공지능이 의료에 미칠 영향이 어떨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쏟아졌고, 까다로운 수술 등이 아닌 의료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환자를 진단하는데 있어 인공지능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도입 초기에는 로봇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으나, 1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임상데이터가 쌓이고, 기존 표준수술법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웅윤 교수는 "인공지능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것을 근거로 의사들은 로봇의 힘을 빌어 수술을 하는 시대가 더 빨리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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