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 감염기준 높이면 병상 20% 줄어들 것

입원실 감염기준 높이면 병상 20% 줄어들 것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1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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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20% 나가라는 얘기"...벽 0.9m 이격거리 놓고 신경전
10일 의료법 시행규칙 설명회...병원 증축 안하면 기존 기준 그대로

▲ 의료법 시행규칙 시설기준 개정안 관련 설명회가 열린 연세대 세브란스벼원 은명대강당에는 전국 병의원 관계자가 참석, 새로 바뀌는 병상과 병실 기준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한 참석자가 시설기준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병상간 1.5m, 벽과 이격거리 0.9m, 병상면적 10㎡ 등 입원실 면적 기준을 늘려 잡으면 현재 가동 병상의 약 20%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남충희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홍보이사는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에서 열린 '의료법 시행규칙 시설기준 개정안 관련 설명회'에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맞춰 전국 노인요양병원에 적용해 보니 약 20.5%의 병상이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입원환자의 20%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남 홍보이사는 "병상이 줄어든 만큼 경영도 어려워지는 데 적자를 보전할 수가는 지원하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환자들이 진료받을 권리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명회 참석자들은 병상을 벽에서 0.9m 떨어뜨리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어디에 근거를 두고 0.9m가 나온 것이냐"면서 "벽이 감염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날 '의료법 시행규칙 시설기준 개정안'을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하태길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중동호흡기즈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밀집된 병원 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의료기관 전반적으로 감염관리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인 만큼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설명회 한 참석자는 "언제는 감염관리에 취약한 다인실을 늘리는 정책을 폈다가 메르스 사태가 터지니까 이제는 거꾸로 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병실을 줄이겠다는 식"이라며 원칙이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실제 정부는 환자의 입원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다인실(일반병실)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는 정책을 폈다. 다인실은 감염관리에 취약하다는 의료계의 비판이 일자 기준병실을 6인실에서 4인실로 바꿨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응급실 과밀화·간병·병문안 문화와 함께 다인실이 감염병 전파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자 신축하거나 대규모로 증축하는 대책을 내놨다.

병의원 입원실은 병실당 최대 4개 병상까지만(요양병원은 6개 병상) 허용되며, 병실 면적은 1인실의 경우 기존 6.3㎡에서 10㎡로, 다인실의 경우 환자 1인당 기존 4.3㎡에서 7.5㎡로 넓혀야 한다. 입원실에는 반드시 손 씻기 시설과 환기시설을 갖춰야 한다.

병상과 병상 간 이격거리는 별도로 없었으나 1.5m 이상을 확보해야 하고, 벽과 병상 간 거리(머리 부분 제외)도 0.9m를 떨어뜨려야 한다.

기존 병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정신의료기관 제외)과 조산원도 2018년 12월 31일까지 병상과 병상 간 이격거리를 1.0m 이상 확보해야 한다.

중환자실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 이후 신·증축하는 경우, 병상 1개당 면적 기준이 기존 10㎡에서 15㎡를 확보해야 하며, 병상 3개당 1개 이상의 손 씻기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한, 10개 병상당 1개 이상의 격리병실을 구비해야 하며, 이 중 최소 1개는 음압병실이어야 한다. 기존 시설의 경우 2021년 12월 31일까지 격리병실을 갖춰야 한다.

신·증축 중환자실의 병상 간 이격거리는 2.0m 이상 확보해야 하며, 기존시설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1.5m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화장실을 갖춘 격리실을 갖춰야 하며, 개정안 시행 후 신축·증축하는 병동부터는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격리실을 1개 이상 확보해야 한다.
▲ 10일 열린 의료법 시행규칙 병상간격 설명회에서 하태길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이 새로운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하태길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300병상 종합병원 시설에서 건물 구조상 음압격리병실 설치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 가벽 설치를 통해 전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기존 음압 입원치료시설의 경우 전실 구비·병실 높이·병실 넓이·천장 높이·출입구의 폭 등 기준을 비롯해 음압 입원치료시설 대신 이동형 음압기를 부착할 경우에는 급기·배기·음압 제어·환기 유지 기준을 준수할 경우 예외를 인정하되 공간 구획 및 동선 계획 등 감염병 위기 발생 시 대응계획을 제출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 사무관은 "입원실 면적이나 입원실 내 손 씻기 시설은 기존 건물에는 적용하지 않고, 새로 신축하거나 대규모 증축을 할 경우에만 적용할 것"이라며 "기존 요양병원 격리병실의 경우에도 화장실에 샤워시설을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설명에도 참석자들은 "중환자실에는 거동할 수 없는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데 병상 3개당 1개의 손 씻기 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병원에서 건축분야를 담당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는 "2000년 이전에 신·증축한 건물은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기둥 간격이 6∼6.5m지만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제시한 병상당 간격이나 벽체 간격을 고려할 경우 10m는 돼야 맞출 수 있다"면서 "5인실을 4인실로 바꾸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기둥 간격을 고려하면 3인실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시뮬레이션 해 봤는지 궁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설명회와 각계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취합, 보건복지부에 재차 건의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9월 6일까지 의견을 받아 9∼10월 규제심사·법제처 심사·관련 지침 및 서식 마련을 거쳐 11월 시행규칙을 공포할 계획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선 의료기관의 타당한 의견이 많을 경우 재입법예고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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