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U 퇴원 후 1000만원 이상 의료비 소요
일본·벨기에·캐나다 등에서는 국가적 지원 활발
고령 임산부가 증가하면서 저체중 상태의 이른둥이 출생률이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른둥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의료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대한신생아학회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출산 시대의 이른둥이 지원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른둥이는 면역이 약하고 신체 장기 발달이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출생 직후부터 각종 합병증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부 이른둥이 가정에 대해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NICU 퇴원 이후에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생아학회가 6~7월 전국 주요병원 1007명의 이른둥이 부모를 대상으로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부담 및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른둥이 평균 10가정 중 1가정(12.6%)은 자녀의 NICU 퇴원후 1000만원의 의료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둥이 4명 중 1명인 24.6%는 NICU 퇴원 이후 재입원하기도 했다. 재입원 시 입원 일수로는 7일 이내가 39%로 가장 많았으며, 7~14일이 24.1%, 30일 이상 재입원한 비율은 18.9%였다.
재입원 원인은 호흡기감염이 37.7%로 가장 많았으며, 수술(18.1%)·호흡기 외 감염(14.5%)·성장부진 및 영양문제(3.9%) 순으로 조사됐다.
NICU 퇴원 후에도 소아청소년과·안과·재활의학과 등의 외래를 자주 방문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원 후 1년간 외래방문은 1인당 평균 27회에 달할 정도다.
최명재 상계백병원 교수(신생아학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설문조사한 이른둥이 부모 2명 중 1명은 퇴원 이후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다. 결국 부모들은 사직·사업축소·금융권 대출로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른둥이는 출생 후 2년간 적극적 치료와 보살핌으로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해 저출산 해법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들 "의료비 부담 경감해야" 한 목소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이른둥이 의료비 부담 경감에 대해 공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김창렬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는 "이른둥이를 비롯한 신생아 건강은 대한민국 미래의 시발점"이라며 "이른둥이 정책은 대한민국에서 갓 태어난 생명체가 건강한 국민이 되느냐 마느냐의 생존의 문제이기에 정부의 어느 정책보다도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이른둥이 지원은 열악하다"며 "이른둥이는 건강이 안정화 되는 시기인 생후 2~3년까지 NICU 의료비 뿐만 아니라, 퇴원 이후 지속 발생하는 재입원·외래 등에 소요되는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거나 지원하도록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른둥이에 대한 지원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리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벨기에에서는 이른둥이 출산 후 8년 동안 지속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구조화된 체계가 구축돼 있고, 덴마크에서는 이른둥이 생후 2년 동안 정기건강검진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른둥이 가정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일본에서는 진료약제 및 치료재료를 지급하거나 의학적 처치 수술 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이른둥이 가정의 추가적 급여혜택 지원이 존재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의 이른둥이 지원 거버넌스를 구축해야할 시기"라며 "이른둥이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해당 예산 규모를 확대해 퇴원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지원 필요성을 공감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NICU에 대한 지원을 해왔으며, 입원 후에 치료비 지원에 고심해왔다.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9월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서 추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과장은 "퇴원한 이후에 발생한 의료비 지원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도 공감하고 있다. 학회와 논의중에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기준과 지원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내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인숙 의원도 "이른둥이의 건강한 성장이 적게는 연간 1조 2500억원에서 많게는 3조 5000억원까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른둥이의 건강한 성장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시급한 문제다. 정부에서도 난임치료와는 별개로 이른둥이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