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공습…위험에 내몰린 국민건강 (17)
의협신문·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공동기획
조용민(주 스마티브 생명환경연구소장 /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
▶ 환경과 건강 ◀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환경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다만 '환경'의 범위를 어떻게 두느냐는 각자가 가진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란 공기·물·토양 등의 '환경 매체'와 환경 매체에 포함돼 있는 '환경오염물질', 그리고 이러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오염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환경은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면서 내 몸에 침입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 예를 들자면 식품·세균·생활 제품 속 유해물질 등에 포함돼 있는 모든 것들을 환경 유해인자로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해인자들은 어디서 오게 될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간의 건강 영향(혹은 피해)'란 어떠한 환경 매체를 통해 특정한 환경 오염물질이 우리의 몸에 전해지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의 몸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남을 일컫는다.
환경요인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막고자 한다면 결국 다양한 매체를 통한 유해인자와의 접촉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경로와 그 발생원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것이 오늘날 환경보건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환경건강 문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환경 오염원은 크게 고정 오염원과 이동 오염원으로 분류된다. 말 그대로 고정 오염원은 한 자리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오염원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시설이 이에 해당한다. 고정 오염원에 의한 환경오염은 지역사회의 문제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역사상 가장 최악의 환경피해라고 할 수 있는 미나마타병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역사회의 특정 오염원에서 발생한 오염이 주변 지역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됐고 이 환경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이다. 체르노빌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환경과 건강에 관한 문제는 항상 오염과 피해에 대한 규모를 추산하는데 있어 시간적, 공간적 인과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미치는 범위는 거리의 단위로도 또한 시간의 단위로도 평가하게 된다. 즉, 어느 오염원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멀리, 혹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사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지역사회의 오염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종류의 고정 오염원을 가지고 있고 이들 고정 오염원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혹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폭발·누출 등)에서 모두 주변지역에 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이동 오염원은 오염물질의 배출원이 한 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자동차가 이동 오염원의 대표적인 예이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환경 오염물질의 종류와 양에 대해서는 본 기고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기오염에 있어 자동차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와 같은 이동 오염원이 특정한 지역에 과도하게 모이게 된다면 이 역시 고정 오염원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 상습 정체구역의 대기오염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이 역시 지역사회의 건강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국제단위의 환경건강 문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염원은 그 이동성에 따라 고정 오염원과 이동 오염원으로 나눠 진다. 그리고 고정 형태의 오염원은 지역사회의 건강문제와 직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국소적으로 바라본 경우이다.
지역사회라는 단위를 국가의 단위로 확대한다면 환경오염의 발생과 영향에 대한 단위 역시 크게 넓어지게 된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국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가적인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했다.
거대 단위의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면, 이는 더 이상 한 지역사회의, 혹은 한 국가의 문제로 보기 어렵게 된다. 즉, 우리는 오염원의 이동성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의 이동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오염물질의 이동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국가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은 공기의 이동에 따라, 혹은 해수의 이동에 따라, 혹은 사람의 이동에 따라 인접국가에 전해지게 된다.
북서풍이 강한 계절, 중국의 대기오염은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감염병 발생은 우리나라의 감염병 관리 체계에 적색 경보를 울리게 된다.
환경매체의 범위를 제품과 식품까지 넓힌다면 보다 다양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국제교역의 증가는 제품과 식품의 국가간 이동을 증가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혹은 비즈니스 등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제품의 교역 증가와 문화의 세계화는 전 세계 사람들이 비슷한 생활양식을 공유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 생활양식과 환경건강 문제
환경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의 문제는 개인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의 문제일수도, 혹은 국가 단위나 국제적 단위의 문제일수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양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필자는 환경노출의 문제가 개인 행동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만일 지역사회에서 특정한 환경 오염물질이 발생되고 있다면 이 문제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게 되는 문제가 될 것이다.
환경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이 짧은 시간에 높은 농도의 유해물질로 인해 일어난다면 개인의 생활양식 차이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환경노출과 건강영향 문제는 높지 않은 노출수준에 대해 오랜기간동안 이뤄지는 노출과 건강영향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환경 유해인자는 다양한 매체 중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탄화수소의 예를 들어보자. 탄화수소는 상당히 많은 수의 물질 종을 가지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알려진 발암물질이다. 탄화수소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이 연소의 부산물로 발생하기도 하며, 구운 음식을 섭취해 내 몸에 전해지기도 한다.
흡연 역시 탄화수소 노출을 야기하며, 통조림 음식에서도 탄화수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한 페인트·살생물제 등의 제품도 탄화수소를 함유한다. 내가 어떤 지역, 그리고 어떤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디로 이동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음식을 주로 먹고 담배를 피우는지 혹은 간접흡연에 노출되는지 등등이 나의 탄화수소 노출수준을 결정한다.
유방암이라는 질환을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유방암에 걸리게 되는 기전에는 유전적 요인 역시 작용한다. 그 밖에, 흡연과 대기오염은 유방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신체 싸이클은 유방암 발생의 중요한 인자이다.
결국 우리가 가진 수 많은 생활양식들은 어떤 환경 유해인자에 대한 수 많은 노출의 빈도, 그리고 양과 관련을 가진다. 환경 오염원이 어떤 환경유해인자를 얼마나 많이 환경 중에 배출하느냐를 결정한다면 개개인의 생활패턴은 유해인자에 얼마나 자주, 많이 노출되느냐를 결정한다.
맺으며
환경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일차 방법은 환경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환경 유해인자가 환경 중에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 하에 전통적으로 환경관리란 환경 오염원의 관리, 그리고 환경 오염물질의 관리를 의미했다. 하지만 환경으로 인한 피해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사람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유해요인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점차 다양한 요인들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일방적 경로를 통한 고농도, 단기간의 노출 양상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저농도 만성, 복합 노출의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물질을 함유한 제품이 어떤 국민에게, 어떤 형태로 노출될 것인가(주로 민감한 산모들과 아이들에게, 좀처럼 환기를 하지 않는 건조한 겨울철 주로 잠자리에서; 즉, 하루 8시간이나 그 이상 동안, 에어로졸의 형태로)를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환경건강의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글로벌의 관점으로, 그리고 다시 개인 생활 양상에 대하여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사실 각기 별개의 관점이 아니라 서로 상통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즉, 어떠한 오염원인과 그 결과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집단 혹은 개인의 노출에 대한 관점으로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