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 외면..노인요양병원 부실 불렀다

간병비 급여 외면..노인요양병원 부실 불렀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9.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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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자격없이 간병업무 수행...근무조건 열악 조선족 1/3 차지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 "원격진료보다 방문 진료·재활 절실"

▲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노인요양병원 부실화의 가장 큰 원인을 간병비 비급여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의협신문 송성철
간병비 비급여화가 노인요양병원의 부실을 조장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정부가 노인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간병비를 급여화 하지 않다보니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개인 간병인을 쓰거나 적지 않은 요양병원들이 간병인 비용을 대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간병비가 무료라며 환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제대로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서 적은 인력으로 환자를 관리하기 쉽도록 묶어두게 되고, 욕창과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한 손 부회장은 "요양병원의 1/3 가량이 7인실 이상의 다인실을 운영하는 원인도 간병비 비급여화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장성요양병원 방화사건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은 간병제도의 비급여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손 부회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는 요양병원 장기요양급여로 간병비를 명시하고 있지만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간병인을 제도권 안에 포함해 요양병원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병비 비급여로 인해 요양병원의 간병인력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아무런 자격증이 없어도 요양병원에서 간병사로 근무하는 인력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손 부회장이 전국 1410곳 노인요양병원 중 설문조사에 응한 159곳(11.3%)을 분석한 결과, 요양보호사 자격을 보유한 인력은 55.4%로 무자격자가 44.6%에 달했다.

요양병원 간병인의 35.4%는 조선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23.9%는 근무경력 1년 미만이었으며, 1∼2년도 21%를 차지했다. 연령대는 60∼69세가 37.4%, 70대 이상 4.9%로 60대 이상이 42.3%에 달했다.근무형태는 24시간 전일근무가 45.5%, 24기간 교대근무가 15.9%로 노동 조건역시 열악했다. 병실 운용 형태는 7인실 이상이 32.6%로 간병비 부담·저수가·보호자의 경제적 이유 등을 손꼽았다. 

간병비 급여화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93.6%에 달했다.

손 부회장은 간병제도 개선 방안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간병인을 제도권 안에 포함하거나 간호조무사가 간병을 담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손 부회장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의 경우 노인의료제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병원 내에 회복기 재활병상-치매병상-호스피스병상-만성질환병상을 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병상 특성에 따라 입원기간·인력·수가에 차등을 두면 얼마든 적은 비용으로 환자의 상태에 적한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을 다시 정립할 것도 제안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의료복지를 구축함으로써 연속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손 부회장은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복지를 제각각 제공하는 현재의 형태에서 벗어나 의료복지복합체 형태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중소병원·요양병원·복지시설 등이 참여한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형 복합체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학술세미나에서 노인전문의료의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정형선 연세대 교수,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좌장을 맡은 남상요 유한대 U-보건행정학과 교수.ⓒ의협신문 송성철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간병을 급여화 하면 재정이 더 들어가겠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며 간병비 급여화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병동별로 기능과 역할에 따라 수가를 달리주는 방안과 의료복지복합체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일본은 데이케어센터·보건의료시설·병원·너싱홈 등 을 하나의 케테고리로 묶어 효율적으로 수가를 투입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급성기·아급성기·재활·요양·만성기 등이 역할 분담이 안되고 뒤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의료와의 단절과 비효율을 그대도 놔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밝힌 김 전문기자는 "통합의료서비스청을 신설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아우고 각 기능과 역할에 맞도록 의료와 요양을 배분하고, 코디네이터 해야 한다"며 "통합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지금의 단절과 혼란을 일시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관정책과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재정립을 5년 넘게 논의하고 있고, 과제별로 추진하고 있다"며 "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재정립은 가능하겠지만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라는 큰 축을 구축하지 않으면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재활서비스 공급체계를 건강보험 틀과 연계하기 위해 개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급성기·아급성기·유지기·회복기 재활의료체계 개편으로 인해 요양병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능재정립을 위한 요양병원 수가개편방은 지난해부터 논의하고 있지만 진도가 잘 안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정 과장은 "보험급여과 안은 만들었고, 시범사업 통해 풀면서 같이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요양병원은 병원답게, 요양시설은 시설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협조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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