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일률적용' 의혹 해명..."법률용어 표기서 비롯"
'경고부터 자격정지 1년' 가능...정의 규정도 수정 가능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자격정지 1년'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22일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8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그에 대한 행정처분을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의학적 타당성 등 구체적 사유 없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진료 목적 외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한 경우 ▲진료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수술 예정 의사가 환자의 동의 등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대리해 수술하게 한 경우 ▲변질·변패(變敗)·오염·손상되었거나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외의 약물 등으로 인해 진료행위에 영향을 받은 경우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등으로 세분화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행정처분 기준이 보건복지부가 밝힌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이 아닌 '자격정지 12개월'로만 표기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자격정지 12개월' 처분을 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일률적 적용 의혹이 제기되자, (행정처분 일률적 적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의협과 사전협의 없는 보건복지부의 일방적 발표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추 회장은 28일 출입기자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일률적으로 강화하고, 비도덕적 진행행위 유형 8개를 규정한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예고 하면서 의협과 아무런 사전협의 없었다"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공동 주최자인 의협과 사전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 회장은 "의협과 최종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고 입법예고한 보건복지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면허제도 개선안 중 사전 협의되지 않은 부분은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애초 협의대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처분을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윤리위원회가 행정처분 요청 내용 그대로 경고부터 12개월 자격정지까지 유연하게 처분하는 것으로 조정하고,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은 심층적인 검토 및 의견수렴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문제의 개정안에) 행정처분 기준이 '자격정지 12개월'로 표기된 것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일률적으로 자격정지 12개월의 처분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법률에 처벌 규정을 표기할 때) 최소, 최대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자격정지 12개월' 로 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중윤위)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경고에서 자격정지 12개월'까지 행정처분 수위를 양정(헤아려 정함)해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는 중윤위가 양정해 통보한 대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한다는 기존 의협과 보건복지부 간 협의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간이 기존 1개월에서 12개월로 강화된 것은 11월부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사실상 의사가 의사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여부와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하게 되는데,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집단발병을 일으킨) 다나의원 같은 경우에도 가격정지 1개월 처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8개 항목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서도 (자구 수정이 된) 최종안을 의협 측과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규정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의협 등 관련 단체, 국민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