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본격 시행..."조심 또 조심" 당부
학술행사 참석 사전 신고, 사례금 여부 기재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주요 대학병원들이 교수들 단속에 나섰다.
교수들이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 학술행사, 기타 회의 등에 참여할 때 사전에 보고를 하도록 한 것은 물론, 강연료 및 자문료, 회의비 등을 받는지 여부도 상세하게 보고서에 기록하도록 한 것.
대학병원이 이처럼 교수들에게 김영란법과 관련해 단속을 강화한 이유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첫 케이스로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대학병원 교수들은 학술관련 세미나와 미팅이 상당히 많다. 또 학술대회 등에서 강연을 하면 이에 대한 강연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김영란법에서는 강연료 등은 사립대병원 교수의 경우 1시간에 100만원, 국립대병원의 경우 30만으로 규정해 이 금액 이상을 받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또 환자 및 가족들이 진료일정 등을 앞당겨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외부강의등에 대한 대가를 받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또 대가를 받고 하는 외부강의등 뿐만 아니라 대가를 받지 않고 하는 외부강의등의 경우도 사전에 신고해야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대상에 해당한다.
사전 신고 사항으로는 신고자의 성명·소속·직급·연락처·외부강의등의 유형·일시·강의시간/장소·외부강의등의 주제, 그리고 사례금 총액 및 상세 명세(대가를 받지 않는 경우 미기재), 요청자(요청기관)/요청사유 등을 받드시 기재토록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대학병원들은 병원 로비나 진료실 앞에 안내문을 붙이고 교수들에게 서약서를 쓰도록 하는 등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교수 개개인들에게 부정청탁, 금품수수 등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또한 학술행사, 세미나 등에 참여할 때 자문료, 강연료 등을 제공받지 않더라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A대학병원 교수는 "28일 출근을 했더니 병원측에서 세미나, 심포지엄, 학술행사 등에 참여할 때 반드시 관련 공문과 함께 자문료 등을 받는지 여부를 자세하게 작성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자문료 등을 받지 않는 회의, 각종 미팅에 참석하더라도 보고를 하라고 했는데, 김영란법에 우리 병원이 부정청탁, 금품수수에 첫 캐이스로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계고혈압학회가 열리는 서울시 코엑스에서 만난 B대학병원 교수도 "오후에 급하게 병원측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업무 지시가 내려왔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첫날인 만큼 세미나, 학술행사 등에 참여할 때 자문료·강연료 등을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받고, 최대한 조심하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9월 24일∼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에서는 28일 점심 메뉴가 3만원을 넘지 않도록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술대회 기간중에 김영란법이 적용되다보니 부득이하게 점심 메뉴를 다르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각종 강연을 맡은 연자들도 김영란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강연료 등을 받도록 하는 등 학술대회 조직위원회에서도 학술대회가 열리는 기간중에 적용된 김영란법 때문에 힘들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대학병원 교수도 "1개월 전부터 병원에서는 김영란법과 관련한 교육들이 진행됐으며, 병원측에서는 교수들의 활동에 대해 조심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또 "병원 보직자 및 학회 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교수들에게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기자간담회 등을 자제할 것을, 그리고 민원업무를 하는 병원 직원들에게는 일체의 부정청탁 등을 받지 말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앞으로 3개월 정도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활동을 자제하거나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외부활동은 물론 제약사 영업사원도 만나는 것을 꺼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순수한 의미의 학술활동을 위한 회의 및 세미나 등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부작용도 나오지 않겠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