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도 정관에 의료업 없으면 '사무장병원'

비영리법인도 정관에 의료업 없으면 '사무장병원'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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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명시하고, 관할 행정청 병원 개설 허가 받아야 적법
대법원, 불법 비영리법인 명의대여 의사 항소 기각...37억원 환수

▲ 대법원 전경
비영리법인이라도 정관에 '의료업'이 없거나 관할 행정청에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자격이 없는 사무장병원과 다를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1월 24일 A씨와 B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2016두47642)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재판장 김창석)은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 기각 판결했다.

이에 앞서 원심(서울고등법원 7월 12일 선고 2015누62653)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와 같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의 취지는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원상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운영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요양급여비용에 관해 엄격하게 통제·관리할 공익적 필요성이 큰 점, 원고들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기간이 짧지 않고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또한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 1심 판결이 정당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A씨는 2008년 6월 5일부터 2009년 7월 30일까지, B씨는 2011년 11월 10일부터 2013년 8월 31일까지 각각 자신의 명의로 ▲▲▲전문병원을 개설·운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와 B씨가 C복지재단에 명의를 대여,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15억 3340만 원을, B씨에게 21억 9275만 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원고들은 C복지재단에 명의를 대여하지 않았고, 실제 병원을 운영했다고 항변했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5년 10월 8일 선고 2014구합57171) 재판부는 2005년 12월 27일부터 2013년 8월 31일까지 의사 7명이 이 병원의 개설 명의자였지만 서로 대가를 주고 받지 않고 병원을 양도·양수한 점, 재단 대표자인 D씨가 수입지출결의서와 일일수납대장에 결제하고, 직원을 책용하는 등 재무와 인사를 관리한 점, 병원이 위치한 건물은 D씨 및 그의 아들 F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홀딩스 주식회사 소유로 C복지재단이 임차했으며, 병원 홈페이지에 C복지재단이 ▲▲▲전문병원을 개설·운영한다는 내용이 게재돼 있는 점, 원고들은 C복지재단으로부터 매월 500만 원 정도를 지급받고 의료행위를 했을 뿐 재무와 인사에 관여하지 않은 점, ▲▲▲전문병원 관리부장이 경찰 조사에서 D씨가 병원장을 채용하고 월급을 결정해 지급했으며, 회계 처리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점, C복지재단 및 D씨는 2015년 8월 12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전문병원을 개설, 의료법 제88조 제4항을 위반했다는 범죄 사실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점 등이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C복지재단에 자신들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해 줌으로써 명의를 대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C복지재단은 비영리법인이므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이 이 재단에 고용됐더라도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할 때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지 않아 의료법 제33조 제4항을 위배했으므로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고, 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면서 "원고들이 C복지재단에 명의를 대여해 병원을 개설하는 방법으로 피고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것은 속임수나 그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복지재단이 정관에 의료업을 목적사업으로 규정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정관에 의료업을 명시해야 하며, 관할 행정청에 개설 허가를 받아야만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C복지재단이 관악구청장에게 병원 설치·운영 등을 담은 정관 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허가 신청서를 반려한 점을 들어 "C복지재단은 정관에서 의료업을 목적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병원 개설허가 요건을 구비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비영리법인의 경우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해서는 안된다는 명문규정 없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를 위반할 경우 공단의 환수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의료법 제33조 제4항에 관한 최초의 확정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경우에도, 이번 사건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3항, 제4항 위반이 발생한다"고 주장한 김 변호사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보다 더 중한 사안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경우 더욱 환수처분이 마땅하다"면서 "이번 판결은 향후 1인 1개소법 사건의 헌법소송과 대법원 소송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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