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염기성 단백질·기질단백분해효소 상호작용...만성 통증 유발
홍상현·슈바이예프 교수팀 'Brain, Behavior and Immunity' 발표
한국과 미국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을 일으키는 기전 중 하나를 밝혀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 가능성도 제시했다.
홍상현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와 슈바이예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은 신경손상 시 신경병증성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인 수초염기성 단백질(Myelin basic protein, MBP)이 몸의 특정 기질단백분해효소(membrane type 1 matrix metalloproteinase, MT1-MMP)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MBP는 축삭(axon)의 겉을 여러겹으로 싸고 있는 수초(myelin)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수초-신경교 단위를 구조화 하는 단백질 중 하나. MBP는 무해한 기계적 자극에 통증을 유발하는 자가항원으로 증명됐으나 아직까지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다.
말초신경손상을 유발한 쥐에서 MT1-MMP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홍 교수팀은 단일클론항체를 이용, MT1-MMP 기능을 억제하자 통증이 감소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공동연구팀은 면역형광법적 분석을 통해 MT1-MMP 효소가 말초신경손상 시 MBP를 분해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에피톱을 발현시켰으며, MT1-MMP의 기능이 억제된 말초신경에서는 통증 유발 에피톱의 발현이 유의하게 적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와는 반대로 통증유발 MBP 에피톱과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MBP 에피톱을 말초신경에 주사했을 때, MT1-MMP 효소의 발현이 통증유발 에피톱을 주사한 쥐에게 유의하게 높았고, 실제 지속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이 유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통증은 신체의 이상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 통증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고 만성화 되면 통증 자체가 원인이 돼 심장·폐·뇌·척수 등 주요장기에 이상을 일으킨다. 만성 통증은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다른 질환에 잘 걸릴 수 있고, 우울증·불안증을 야기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신경병증성 통증이란 신경 손상과 비정상적 신경기능으로 발생하는 만성적 병적 통증을 일컫는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원인은 당뇨병 합병증·알코올 중독 환자의 말초 신경통증·허리 디스크에 의한 통증·항암제 부작용 등 다양하다.
홍상현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질환으로 손상된 신경이 질환 치료 후에도 남아 통증이 계속되는 병"이라며 "초기 관리에 실패하면 평생 만성통증이 될 수도 있고, 일반적인 진통제나 대증요법으로 낫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홍 교수는 "선택적인 MT1-MMP의 억제가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했다"며 "이 연구를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정신신경면역연구학회 학술지 <Brain, Behavior and Immunity>(인용도 지수 6.0) 2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