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절벽 의원 "수가 인상만이 살길" 사활 걸어
5개단체 모두 저마다 "힘들다"에 건보공단 '묵묵부답'
"올해 건보공단은 표정을 못 읽겠다. 말을 아낀다. 건보흑자 20조원 고갈도 지난해에는 굉장히 강하게 이야기했지만 올해는 그런 기류조차 없다. 굉장히 드라이하다. 아마도 추가재정분이 확 줄어들지 않을까란 느낌이다." - 김태호 한의협 약무이사 |
'준비운동'은 끝났다. 공급자단체들의 2차 수가협상이 22일 전부 종료됐다. 올해도 공급자단체들은 경영의 녹록지 않음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투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본격적인 인상률 제시가 이뤄지는 3차협상의 스타트를 26일 의협이 끊는다. 이후 29일 나머지 4개 공급자단체들의 3차협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의협은 "수가인상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며 강도 높은 배수진을 쳤다.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되면서 의원의 진료비 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적정수가를 보전하지 않는 현재로써는 포화에 다다른 진료강도를 높일 수도, 재정난 탓에 추가인력을 더 고용하기도 어려운 상황.
변태섭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진료건수나 진료강도를 늘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 의원은 이미 한계를 맞았다"라며 "환산지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를 반영한 수가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자단체들은 새 정부의 적정수가 공약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공약은 말 그대로 '빈 약속'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약사회는 "건보공단을 믿었는데 이럴 줄 몰랐다"라며 5분만에 3차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건보공단이 포커페이스를 시전하며 드라이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미뤄봐, 올해도 공급자단체 중 하나는 '협상장 박차고 나가기'를 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장성강화, 누구에겐 '빛' 누구에겐 '그림자'?
건보 보장성강화를 두고 혜택단체와 소외단체는 저마다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단 병협과 치협은 보장성강화로 인한 진료비 증가에 일종의 '눈속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진료비가 급증한 병협은 "비용지출이 진료비 증가로 인한 수익보다 더 크다. 시설과 인력기준이 강화됐고 환자안전법과 전공의특별법으로 인력이 증원되며 관련 지출이 크게 늘었다"라고 맞섰다.
김수진 치협 보험이사는 "병·의원 진료비 증가율 중 보장성강화로 인한 부분은 7.3%라고 하던데, 치과는 그보다 작다. 보장성을 빼면 진료비 증가 수준은 낮으며, 건보공단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며 "보장성강화 부분을 뺀 나머지 증가분은 타 유형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수가가 상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위 50% 기관이 진료비를 독식하는 현상도 지적하며 기관내 편차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적정수가 인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1만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 기관이 진료비의 26%를, 상위 50% 기관이 진료비의 7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기관간 진료비 편차는 의과보다 치과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약사회와 한의협은 보장성강화 소외를 감안한 수가인상을 요구했다.
조양연 약사회 보험위원장은 "약국에는 보장성강화 혜택이 없다. 약사회에서 몇몇 보장성강화 정책을 건의했으나 채택된 것도 없다"라며 "약국은 보장성강화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이로 인한 밴딩 폭 축소에 손해를 볼 수 있다. SGR유형으로 수가인상을 조정할 때도 부가적인 인센티브 혜택을 볼 수 없어 이중고에 처해있다"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올해 2차상대가치 개편으로 타 유형의 경우 상대가치 점수에서 순증이 있었다. 약국은 그런 측면에 없어 공평한 보상을 요구했다"라며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부대조건이나 정책건의, 건보 재정절감에 기여할 여러 방안을 카드로 갖고 있다"며 다각적 접근을 시사했다.
김태호 한의협 약무이사는 "건보 보장성은 63%로 올라가는데 우리는 거꾸로 53%에서 47%로 내려갔다"며 "공단에서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수가인상을 빡빡히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고려해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료비 총액 기준으로 보면, 다른 유형에서의 0.1%가 우리에겐 1%가 될 수도 있다. 수가인상을 단순히 퍼센트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며 "전체 진료비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의계에 대한 착시효과 보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저마다의 어려움이 다른 가운데 3차협상에서 건보공단과 5개 공급자간 간극이 얼마나 벌어질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