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장 판단에 따라 조정 자동개시...우려스럽다"

"중재원장 판단에 따라 조정 자동개시...우려스럽다"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05.25 10:17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전혜숙 의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반대"
"모든 진료환경 방어적으로 전락시킬 것" 우려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의 판단에 따라 조정을 개시토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의료사고로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에 해당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등급 1급이 될 것이 명확하다고 위원장이 판단한 경우에도 조정절차를 지체없이 개시토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24일 "의식불명 및 장애발생 가능성을 중재위원장 판단하에 자동개시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모든 진료환경을 방어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분쟁조정 자동개시 도입 이후 실제 자동개시가 이뤄진 사건은 2017년 1월 6건, 2월 10건, 3월 33건, 4월 37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재원장 권한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토록 할 경우 자동개시 사례는 지나치게 급증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우려다.

특히 장애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에 대한 진료 기피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의료계에 따르면 '뇌전증 지속상태(경련성·비경련성)'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환자에서 장애 1급에 해당하는 후유증이 남는다.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프라이온 병도 질병의 진행 상태에 따라 환자가 의식불명에 이르기도 하며, '다발성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의 경우 역시 상당수 환자가 의식불명과 장애 1급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의협은 "개정안은 중재위원장의 판단 근거와 기준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원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돼 있어 조정절차의 형평성 및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판정과 장애등급 제1급의 확정 판정을 받은 후 얼마든지 피해보상 절차가 보장돼 있는데도 단지 확정판정 예상만으로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토록 하면 졸속 판정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료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높은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전문과목의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조정 당사자인 의료인과 환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