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신보건법 시행, 의료계 "실효성 의문"
법조계 "준사법기관 설립이 현실적 대안"
보건복지부도 빠르면 2019년 사법입원을 도입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던 만큼, 학회도 무산된 정신보건법 재개정보다는 사법입원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법입원 공청회'를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고 사법입원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논의했다.
사법입원이란 비자의입원시 법원 혹은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영국 등 외국에서는 사법입원이 일반적이다.
사법입원 요구의 가장 큰 발단은 30일 시행된 정신보건법 개정안과 그에 대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적합성을 판단하는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입원 2주 후 국·공립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2명에게 치료입원 진단을 받도록 한 게 개정안의 골자다.
관련 학회는 개정안에 따르면 퇴원해야 할 정신질환자가 최대 4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을 돌볼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다고 우려, 개정안의 재개정을 요구해왔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은 "오늘부터 정신보건법이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비자의입원 기준이 너무 엄격하면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자의입원에 대한 법적 판단이 중요하다"라며 사법입원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개정법은 특히 행정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사법입원이 도입되면 의사는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롭게 돼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정신보건법 재개정으로 환자인권 보호와 함께 퇴원대란이라는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환자인권 침해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하며 도입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다만 강제입원 결정권을 누가 갖든 그에 따른 민형사적 법적 책임도 뒤따른다는 것도 강조했다.
이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절차적 권리보장의 미흡성 등으로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만족할 만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도 장기적으로 사법입원이 필요하다고 하나 이번 개정안에서 이같은 고민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개정안의 입원심사제도도 지적했다. 비자의입원시 환자의 인신구속은 범죄자 체포에 준할 정도로 강제적인데, 범죄자조차 헌법의 영장주의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거치는데 개정안의 입원심사제도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입원 적합성의 판단과 환자 권리보호 측면에서 사법입원 제도의 도입은 타당하다. 환자도 헌법상의 권리 주체다. 절차 내에서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입시 벌어질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국공립병원에서 치료입원을 진단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법원에서 비자의입원 판단의 수요를 전부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국내 법 규정상 준사법기관 역시 그 역할이 가능하다"라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하는 현실적 대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신권철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사법입원 도입이란 결국 입원 결정기관에 대한 고민"이라며 "판사 혹은 준사법기관이, 의료적 합의체가 하는지 등 누가 결정권을 갖느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다만 "강제입원 권한이 부여됐다면 그에 따른 민형사적 법적 책임도 함께 부과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입원이 도입된다면 심사와 진단(평가)기관은 분리돼야 하며, 심사의 신속성과 자동성, 정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제언하며 "환자나 대리인 등이 상급법원에 불복할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사법입원을 결정할 심사기관의 구성도 언급했다. 심리형식을 대면으로 할지 서면으로 심사할지, 심사장소 역시 법정으로 혹은 병원방문, 아니면 화상심사로 할지도 고려 요소라는 것이다.
심사시기의 중요성도 강조, "입원 후에 심사가 진행된다면 사후승인에 그칠 것"이라며 "실제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들을 고려해 도입해야 할 것"이라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