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종료..갈수록 늦어져 공급자들 불만
밴딩 폭 정점, 전년대비 100억 늘은 8234억원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은 오전 4시경 협상을 체결했으며 의협은 이들보다 1시간 늦은 5시 3.1%에 합의했다. 지난해 3시경 끝났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에는 2시간 더 늦어진 것이다. 어느덧 동이 터 오자 공급자와 건보공단도, 기타 관계자들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 보니 매번 1일을 넘기는 현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본래 수가협상은 5월 31일 자정까지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협상하는 건물 내에 있다면 31일을 넘겨도 괜찮다는 과거 유권해석 때문에 이같은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밴딩이 7000억원대에서 8000억원 초반대로 뛰어오르는 과정, 그리고 8234억원으로 확정되기까지 그야말로 널뛰기를 해 더더욱 공급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다들 "조금만 더 버티면 밴딩은 더 늘어난다"며 "이 수치에는 안 찍겠다"고 버티는 형상이었다. 지난해 밴딩이 첫 8000억원대로 뛰어올랐던 경험은 '일찍 합의하면 불리하다'는 인식만 확산시켰다.
특히 밴딩에서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 의협과 병협은 '누가 먼저, 얼마에 찍느냐'를 두고 정보전을 벌였다. 먼저 찍고 나오는 게 유리할 수도 있고, 나머지를 모두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중에 찍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는 치킨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밴딩에서 적은 부분을 가져가는 치협이나 한의협 등의 불만이 컸다. 의·병협간 고래싸움에 이들 등만 터진다는 것이다.
1일 오전 3시 45분 수가협상을 체결하고 나온 김영훈 경기도치협 부회장은 "협상이 길어지며 진을 다 뺀다. 별 소득이 없는 방식은 바뀌는 게 좋겠다"라며 "밴딩 폭 등의 정보가 차단되서 협상이 더 늘어지는 것 같다. 31일 자정까지가 본래 약속인 만큼 그걸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1등 탈환한 의협 "초진료 인상, 노인정액제 개선 주력"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월 31일 의약단체들과의 협상을 완료하고 6월 1일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했다. 2018년도 평균인상률은 2.28%로, 최근 진료비 급증과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예상수입 감소 등을 고려해 전년도보다 0.09%p 낮은 수준.
의협은 지난해와 이어 올해도 3.1%에 체결하며 올해는 공급자단체 중 인상률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같은 결과가 빈사사태에 처한 의원급을 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또 외래 초진료가 1만 5310원으로 노인외래정액제를 초과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5년 연속 3%대 인상률을 달성하긴 했으나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 의료환경 구축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원가 이하의 수가구조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이나, 적정의료를 행할 환경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초진료가 1만 5000원을 넘으며 노인정액제가 무력화된 점에 대해서는 건보법 개정으로 노인정액제 개선을 이룰 것"이라 강조했다.
지난해 진료비 급증으로 가장 가슴을 졸였던 병협은 1.7%에 체결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지난해 1.8%보다는 0.1%p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홍정용 병협회장은 "인력과 시설투자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회원 병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나 기대하신 결과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우리 단체 잘 봐주세요" 5개 단체장들 총 출동
그간 수가협상에서 단체장들의 격려방문은 흔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추무진 의협회장만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과 유일하게 참석하며 협상단을 독려했다.
더불어 올해 수가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메르스 사태의 손실보전을 위해 지난해 8134억원이란 초대형 밴딩을 투입했으므로 올해는 그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이란 게 본래 전망이었다.
그러나 조기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적정수가 보전과 일차의료활성화를 외쳤던 만큼 밴딩 폭이 줄어드는 '악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진료비 급증에도 오히려 전년보다 100억원이 늘어났다.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긴 했으나 공급자들의 적정수가 보전 요구, 그리고 새 정부의 기조가 맞물려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밴딩에 아예 1조원을 외치는 공급자도 있었다.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는 "건보재정 누적흑자가 20조원이다. 공급자들의 희생으로 이뤄낸 흑자이므로 1조원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