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과 관련 대체적 분쟁해결기구로 문을 연지 5년이 됐다.
중재원은 당사자간의 합의을 통해 분쟁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등 사회적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자평을 하는 듯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중재원의 조정·중재에 대해 공정성과 전문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난 5년간 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신청건은 모두 7921건. 이 가운데 조정개시율은 44.4%에 이른다. 낮은 조정개시율이 문제되자 지난해 11월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 의사나 병원의 동의없이도 조정절차를 시작하도록 의무화하는 법개정이 이뤄졌다.
법률개정 이후 조정신청건수는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의료계의 불신을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출발점 부터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중재원의 조정부와 감정부 구성부분이다. 현재 조정과 중재를 담당하는 조정부는 의료인 1명·법조인 2명·시민단체 1명·대학 및 연구기관 1명으로 모두 5명이며, 감정부는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단체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두 곳 모두 의료전문가인 의사보다 비의료인이 더 많이 참여함으로써 형식논리상 공정한 구조인 것 처럼 보이나 의학적 판단이 절대적인 감정부에 법률가·시민단체가 들어있어 환자에게 기울어진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지난해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면서 이같은 불공정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법원이 의료분쟁조정원에 감정의뢰한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의 분만 의사가 금고형을 받으면서 분쟁조정원의 감정에 대한 전문성와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의료사고의 피해는 환자 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해당된다. 구제의 대상 역시 환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는 의사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여겨지며, 의료분쟁조정원에 신뢰를 보내고 있지 못하다. 단적으로 개정 법은 일반사회에서는 '신해철법'이라며 환호했지만 의료계는 '중환자기피법'으로 명명했을 정도로 그 간극이 크다.
5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의료분쟁조정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표현대로, '의료계의 오해'라고 간단히 말하기엔 부족함이 너무 많다.
의료계가 우려하고 지적해온 사항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동개시를 강화하는 법을 쏟아낸다해도 다시 5년후 공정성·전문성 부족이란 똑같은 말이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