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병원 이직과 출산·육아가 이직사유 1, 2위 "여건개선 시급"
간호사 1명당 평균 19.5명 담당해 선진국의 3∼5배 노동 강도
병원 간호사 이직사유가 10년간 줄곧 '타병원으로 이직'과 '출산·육아'인 것으로 분석돼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법정인력 기준 미충족 병원에 대한 강력한 제도적 제재 장치 마련과 인력기준 충족을 지원하기 위한 수가체계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최근 발간한 <대한간호>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개선 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07~2016년간 병원간호사회가 발간한 '병원 간호사 실태조사'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간호대학 신·증설과 정원 확대가 매년 계속되면서 간호사 신규 면허자 수도 크게 늘어 2006년 1만 495명에서 2016년 1만 7505명으로 66.8%(7010명, 정원 외 입학자 수 제외)가 늘었다.
그러나 매년 2만 8000개가 넘는 신규 병상이 설치되고 있으며, 198개 정도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매년 새로 생겨나고 있어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의 보수적인 채용행태로 인해 10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가운데 4곳 가량이 비정규직 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협 관계자는 "이직사유 중 '타병원으로 이직'은 근무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의 이동을 뜻한다. '출산·육아 문제'는 3교대 근무로 인해 일·가정 양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야기된 간호사 부족 문제는 이제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며 국민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도 간호대학 신·증설과 입학정원 확대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경력이 단절된 유휴간호사 역시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한 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간협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이 평균 19.5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어 미국(5.4명)이나 일본(7명), 호주(4명) 등 선진외국과 비교하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노동강도가 강하다.
간호사 1명당 담당환자 수를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2006년 평균 27.6명에서 19.5명으로 8.1명 감소했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병원이 2006년 평균 44명에서 2016년 24.8명으로 19.2명으로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4명, 종합병원이 1.1명이 감소됐다.
간호사 평균 근속년수는 8.25년으로 최근 5년간 변화가 없었다.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만 1년 5개월 늘어난 반면, 병원은 1년이, 종합병원은 5개월이 오히려 감소했다. 간호사 이직률은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높게 나타나 병원(21.4%), 종합병원(17.2%), 상급종합병원(8.4%) 순을 보였다.
간협 관계자는 "종합병원의 경우 병원과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간호사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많은 미흡해 평균 근속년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합병원 가운데서도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들의 경우 간호사 부족을 가장 많이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간호사 근무여건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의 경우 간호인력 부족의 주 원인은 병상 증설로 인한 인력부족에다 대형병원으로의 이동,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이직을 막고 출산·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탄력근무제의 도입을 통한 유휴간호사의 구체적이고도 근본적인 유입방안 마련과 함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시행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인력확충이 단지 병원 사용자측의 비용부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인식개선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간호사 법정인력 기준 미충족 병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도적 제재 장치 마련과 이 같은 인력기준 충족을 지원하기 위한 수가체계 개선 등 각종 방안을 즉각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