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관리 목표 '입소' 아닌 '가정 복귀'...일본 '타산지석'
윤종률 한림의대 교수 "노인주치의, 포괄적·연속적·조정 역할 필요"
불과 9년 앞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인의료정책의 목표를 오래사는 '장수'가 아닌 '활기찬 노화(건강노화)'에 맞춰 새 틀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윤종률 한림의대 교수(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14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노인건강 문제의 특성과 과제'를 통해"나이 어린 성인이 소아가 아니기 때문에 '소아과학'과 '소아청소년과'가 필요하듯이 노인 역시 질병 종류·양상·행태·예방·치료 방법이 성인과 다르므로 '노인의학'에 입각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해 2050년이면 37.4%에 달하게 된다"고 전망한 윤 교수는 "노인건강관리의 궁극적 목표는 입원이나 수용이 아닌 나이가 들어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살고 있는 가정과 지역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가족과 주변사회와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노인인구의 89.2%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노인환자 1인당 6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는 비율이 86.4%이고, 11개 이상도 44.9%에 달할 정도로 다약제를 복용하고 있어 포괄적·연속적·조정적 의료 요구가 가장 높음에도 현행 의료체계는 질병중심의 분절적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건강검진·병의원 선택·입원 후 기능재활·퇴원후 장기요양서비스 등이 전적으로 노인이나 가족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윤 교수는 "건강한 노인은 더 건강하도록 건강증진서비스를 제공하고, 질병이 있는 노인은 만성병 관리와 합병증 예방서비스를, 기능장애가 발생한 단계에서는 지역사회 방문건강관리를 강화하고. 기능장애가 심한 의존적 상태가 된 경우라도 재가요양서비스를 강화해 시설 입소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면서 "급성기치료 이후에는 보행능력 향상과 근력 유지·인지기능 지 및 향상·요실금 등 일상생활기능 재활을 통해 허약한 노인을 다시 가정으로 복귀시키도록 해야 한다"며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질병관리와 다학제간 의료서비스를 조정해 주는 역할을 담당할 노인주치의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모든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고, 언제나 수시로 찾을 수 있는 노인주치의를 통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질병관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윤 교수는 "중증질환에 걸리더라도 급성기병원의 노인병클리닉이나 노인병센터를 통해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가정이나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해야 하고, 의존적 상태가 되더라도 거주환경에서 벗어나지 않고 방문진료와 재가복지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초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이 노인질병과 요양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2006년부터 지역사회 노인 개호예방(노쇠발생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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