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고혈압 기준 변경, "한국서 현실성 없다"

[기고] 미국 고혈압 기준 변경, "한국서 현실성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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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 원장(JB lab and clinic)

11월 13일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추는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고혈압 고위험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미국의 진료지침 개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절반(50.5%)이 고혈압으로 분류돼 사회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은 미국 NIH에서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SPRINT 연구를 반영한 것인데, 이 연구는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적극적 치료군이 140mmHg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치료군에 비해 25%의 심혈관 관련 질환을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대한고혈압학회는 내년 초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미국의 진료지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협신문>은 AHA와 ACC가 왜 목표 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제시했는지, 그리고 진료지침 개정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우리나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고혈압 전문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부정적인 시각, 긍정적인 시각을 고루 들어보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형 고혈압 진료지침이 현실에 맞게, 그리고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정되기를 바란다.<편집자>

박정배 원장
미국, 14년만에 고혈압이 기준 130/80mmHg으로 변경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미국 ANAHEIM, California 에서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14년만에 고혈압의 기준혈압을 140/90mmHg 에서 130/80mmHg 으로 낮춘 것.(표). 과히 매가톤급 메시지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은 2013년 미국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NHLBI) 에서 AHA, ACC 에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의뢰해 만들어 졌고 9개 관련 학회에 검증절차를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학회 중심의 재 각각의 근거 기준을 갖고 발표해 많은 논란을 양산한 고혈압 가이드라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라이트>
* 종전 고혈압 기준 140/90mmHg 을 130/80mmHg 으로 낮췄다. 이는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더 낮은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낮게 책정했다.

* 2003년 고혈압전단계(prehypertension) 용어는 배제됐다. 이는 고혈압전단계는 사람들이 고혈압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또 유럽의 기준인 높은정상(high normal, 130~139/85~89mmg)에서 정상(normal, 120~129/80~84mmHg) 혈압과의 예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 진료실 혈압 측정을 최근 임상연구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automated office blood pressure(AOBP, 클리닉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3번 측정한 자가 혈압) 수준을 권장하지만 최대한 백의성효과를 배제하도록 진료실 혈압을 측정하고, 이를 위해 활동혈압 또는 가정혈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 130/80mmHg 기준으로 낮춰질 때 미국 고혈압 환자 유병률이 31.9%에서 45.6%로 껑충 뛰어서 약 3100만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를 만들어 낸다(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32%에서 50.5%(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30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유병률 증가와 650만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를 양산하게 된다)

* 새롭게 낮게 제시된 고혈압 기준으로 인해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고혈압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더욱 초기에 적극적으로 약물치료 등을 시작하도록 권했다.

* 심장질환 또는 뇌졸중이 있는 1단계 고혈압(130~139/80~89mmHg)에서는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했다. 이들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고혈압 환자에서는 고지혈증 환자에서 사용됐던 죽상경화증 위험 계산공식(ASCVD, 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10년뒤 위험도가 10%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하도록 권했다.

* 고혈압 기준 이하로 혈압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에서 두 가지 이상의 약물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한 알에 두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 복합약(single pill)을 권했다.

* 사회 경제적인 면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고혈압 위험인자에 포함하도록 권했고, 치료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 새로운 고혈압 기준의 핵심은 140/90mmHg 고혈압 기준 이전부터 환자들이 인지 하지 못하는 사이에 혈관에 대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고혈압 합병증이 일어나고 심각한 병이 발생했다고 생각되지만, 훨씬 이전부터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강조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특히 40대 젊은 연령에 타깃이 돼 있으며, 이 기준으로 45세 이전의 남자에서의 고혈압 유병률이 3배로 껑충 뛰게 된다.

미국 고혈압 기준130/80mmHg 받아 들여질 수 있나?

<표>. 2017년 미국 혈압 카테고리.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번에 미국 AHA, ACC에서 제시한 고혈압 기준에 대해서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미국 가이드라인은 2015년 국립보건원에서 시행한 SPRINT 연구방법과 결과가 많이 반영됐는데, 이 때 진료실 혈압은 automated office blood pressure(AOBP) 를 고려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진료실 혈압보다 많게는 15mmHg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7 미국 고혈압진료지침의 혈압은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하도록 하지는 않았지만, 양팔 혈압을 먼저 측정하고 높은 쪽 혈압을 또 측정해 적어도 2번 이상의 혈압을 평균으로 하라고 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고 국내에서 이렇게 측정하는 병원은 매우 소수이어서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편적으로 권장한다는 면에서는 현실성이 없다. 더욱이 유럽에서는 미국의 고혈압 기준(130/80mmHg) 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국가 모두가 그동안 140/90mmHg 이라는 고혈압 기준을 오랬동안 사용해 왔는데, 미국내에서도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나라들로부터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미국은 2014년 JNC 8 과 2017년 1월 발표한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과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140/90mmHg 훨씬 이전부터 혈관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상 또는 이상적인 혈압(120/80mmHg) 보다 높으면 긴장을 하고 조심하라고 권장하는 유럽의 권고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130/80mmHg에 따라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나?
이번에 발표된 AHA, ACC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FAQ: BP Guidelines 2017' fact sheet 에 의하면 1단계 고혈압(130∼139 mmHg 수축기혈압 기준)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구해서 약물치료를 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Framingham Risk Score 나 ASCVD risk score 가 어느 정도 맞겠지만 이는 유럽의 대표적인 SCORE 위험도와도 맞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위험도와 비교하면 상대적인 위험도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절대적인 위험도에서는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 따라서 약물치료에 있어서는 미국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50대 중반이고, 혈압 130, 그리고 콜레스테롤 200,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ASCVD 위험도가 10.5%가 되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한다.

물론 당뇨가 있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혈압 130mmHg에 약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인에서의 고혈압 진료지침은 같은 것인가?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60세이상의 노인에서도 혈압의 기준은 130/80mmHg 이하로 권장하고 있다.

혈압 치료의 '이점'이 '손해'보다 크기 때문이고 혈압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고, 다만 약물에 대한 반응이 젊은 사람과는 다르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을 요한다고 권하고 있다.

SPRINT연구 중 75세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노인에서도 120mmHg (140mmHg 이하 기준) 이하로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면 심혈관 위험이 감소하고 기립성저혈압이나 낙상의 위험이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 2008년 발표된 80세이상의 HYVET 연구에서도 적극적인 치료가(이 때는 수축기목표 혈압이 150mmHg) 임상효과가 좋았다는 근거를 기준으로 노인 권장 혈압을 130/80mmHg 으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위의 연구는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지만 이것을 지지할 만큼의 충분한 임상연구는 부족하며, 낮은 확장기혈압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하다.

<그림>. 고혈압 권장 치료 및 추적관찰(2017 미국 진료지침)
이번 AHA, ACC 가이드라인은 2017년 1월 발표한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에 권장하고 있는 미국의사협회의 권고(수축기혈압 150mmHg 이상에서 치료를 권장)를 몇 달 만에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특히 높은 수축기혈압, 낮은 확장기혈압의 노인고혈압 환자에서 수축기혈압만을 기준으로 130mmHg 이하로 유지했을 때 지나치게 떨어지는 확장기혈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미국 고혈압진료지침 2017 은 혈압은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합병증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라는 의미에서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메시지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시스템에서의 혈압 측정 및 심혈관위험에 근거를 둔 것이라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것 같다.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기에 치료하자는 메시지는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하겠지만, 우리 진료 환경을 고려해서 받아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http://hyper.ahajournals.org/content/hypertensionaha/early/2017/11/10/HYP.0000000000000065.full.pdf
2.https://newsroom.heart.org/news/high-blood-pressure-redefined-for-first-time-in-14-years-130-is-the-new-high?preview=e366
3.2017 HTN Guideline FAQ CON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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