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하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11월 13일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추는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고혈압 고위험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미국의 진료지침 개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절반(50.5%)이 고혈압으로 분류돼 사회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은 미국 NIH에서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SPRINT 연구를 반영한 것인데, 이 연구는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적극적 치료군이 140mmHg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치료군에 비해 25%의 심혈관 관련 질환을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대한고혈압학회는 내년 초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미국의 진료지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협신문>은 AHA와 ACC가 왜 목표 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제시했는지, 그리고 진료지침 개정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우리나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고혈압 전문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부정적인 시각, 긍정적인 시각을 고루 들어보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형 고혈압 진료지침이 현실에 맞게, 그리고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정되기를 바란다.<편집자> |
최근 미국 심장학회와 고혈압학회(ACC/AHA/ASH)가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고혈압 기준을 140/90mmHg에서 130/80mmHg으로 낮춰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고혈압의 기준을 130/80mmHg으로 낮추게 될 경우 고혈압의 유병률이 약 30%에서 50%로 증가하게 되며,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 진단을 받게 되는 파급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의료인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향후 환자 진료에 어떻게 활용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은 결국 미국 NIH에서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SPRINT연구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SPRINT 연구란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적극적인 치료(intensive treatment)와 140mmHg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치료(usual treatment)를 비교했고,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치료군에서 25%의 심혈관사건 감소율이 입증됐던 연구였다.
따라서 약물치료의 적응이 되는 환자는 140/90mmHg이상이거나 130/80mmHg이상이면서 1)이미 심혈관질환이 동반되어 있거나 2)ASCVD risk score가 10%이상인 고위험군에서만 적응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 1기 고혈압(130- < 140/80- < 90mmHg)에서는 약물치료의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고혈압 진단기준 왜 130/80mmHg이상으로 낮췄는가?
이전부터 역학자료를 보면 120/80mmHg미만인 사람들에 비해 혈압이 120∼130mmHg인 사람들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1∼1.5배, 130∼139mmHg인 사람들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5∼2.0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까지는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사람들의 혈압을 140/90mmHg미만으로 낮췄을 때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풍부했지만 130∼140mmHg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치료했을 때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줄인다는 임상적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수축기혈압 130∼140mmHg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high normal(정상보다 높은 군, 전고혈압군)로 분류해 철저한 생활습관조절만 권했다.
그렇지만 SPRINT연구에서 수축기 혈압이 130mmHg이상인 고위험군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120mmHg 미만으로 혈압을 낮췄을 때 심혈관질환이 25%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고혈압의 진단기준과 목표혈압을 130mmHg으로 낮출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겠다.
SPRINT(120mmHg)와 달리 목표혈압이 왜 130mmHg으로 권고됐나?
가장 중요한 것은 SPRINT에서의 혈압측정 방법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AOBP(unobserved automated office blood pressure measurements)로 측정됐다는 것이다.
AOBP는 환자를 의료진이 없는 조용한 방에서 5분 간 안정 시킨 후 자동혈압계를 자동으로 세팅을 해 놓은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2016년 캐나다 고혈압학회에서는 권장되는 혈압측정법으로 개정됐다.
이 혈압 측정법은 의료진들의 입회하에 측정하는 진찰실혈압보다 10∼15mmHg정도 낮은 것으로 보고가 되고 있어 SPRINT에서 연구종료 시 평균혈압 121.5mmHg은 실제로 130mmHg에 가까운 수치였다는 것을 염두해 둬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AOBP 측정법과 관련된 데이터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아직 진료현장에 적용시키기에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따라서 SPRINT에서 적극적 치료 목표혈압 120mmHg에 해당되는 진찰실혈압을 130mmHg으로 정한 것 같다. SPRINT연구의 등록기준이 130mmHg이상이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로 생각할 수 있겠다.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0%이상인 환자의 근거는?
미국심장학회와 미국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 약물치료 적응증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참고문헌이 SPRINT연구와 2016년 Xie등이 Lancet에 발표한 메타분석결과이다.
이 연구는 적극적인 혈압강하가 통상적 혈압강하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줄이는지 여부를 분석하고자 진행했던 메타분석 연구로, 19개의 연구(44989명)를 메타분석한 결과 1년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년간 0.9%로 10년 발생위험이 약 10%였다.
이 연구에서 적극적 혈압강하군의 평균혈압이 133/76mmHg, 통상적 혈압강하군이 140/81mmHg였고, 심근경색증이 13%, 뇌경색증이 22%, 단백뇨가 10%, 그리고 고혈압성 망막증의 진행이 19% 감소했는데 심부전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전체 사망 및 말기신부전증의 발생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메타분석에서 10년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약 10%이상이었고 SPRINT연구의 등록기준이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Framingham risk score가 15%이상이거나 만성신장질환이 있거나 75세 이상의 고혈압이었다.
따라서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0%이상인 사람들에서만 적극적인 혈압강하가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고안이 나온 것 같습니다.
중등도 이하 위험을 가진 사람에서의 약물치료 여부는?
약물치료가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6년도에 HOPE-3연구가 발표가 됐는데, 이 연구는 중등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진 1만 2705명을 대상으로 candesartan 16mg/hydrochlorothiazide 12.5mg 또는 위약을 비교한 전향적 무작위배정 연구이다.
이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연구 참여자들의 기저 평균혈압은 138.1/81.9mmHg였고 치료군에서 평균 혈압강하는 6.0/3.0mmHg였다.
첫번째 일차종말점은 치료군에서 260명(4.1%), 위약군 279명(4.4%)에서 발생했으며(HR: 0.93, 95% CI: 0.79-1.10, P=0.40) 두번째 일차종말점은 치료군에서 312명(HR: 0.95, 95% CI: 0.81-1.10, P=0.40) 위약군에서 328(5.2%, 95% CI: 0.81-1.11, P=0.51)이 발생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기저 수축기혈압에 따른 하위분석 결과, 수축기 혈압이 143.5mmHg이상인 사람들에서는 치료군에서 첫번째 및 두번째 일차종말점이 유의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중등도 이하의 위험을 가진 환자군에서는 140/90mmHg이상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만 심혈관질환을 감소시킨다는 임상적 증거로 중등도 이하의 위험을 가진 1기 고혈압은 철저한 생활습관조절을 하되 경과에 따라 심혈관위험도가 증가하거나 혈압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3∼6개월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도와 혈압을 평가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이유로 중등도 이하의 위험을 가진, 혈압 130/80mmHg∼140/90mmHg인 사람들을 고혈압으로 분류할지, 이전처럼 전고혈압으로 유지할지는 학회에서 논의를 거쳐 내년 진료지침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존 진료지침과 달라진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에 고혈압의 치료는 1)1기 고혈압은 약제 1가지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2)2기 고혈압은 가능한 2제 이상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며 3)약제의 선택기준은 동반질환여부에 따라 선택을 하되 동반질환에 따른 절대적 적응이 없으면 1차약제 중 한가지 이상을 선택해서 조절하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미국고혈압 진료지침은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혈압기준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철저히 평가해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130/80mmHg미만으로 적극적으로 혈압을 낮춰야 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개개인의 위험에 맞춰 치료를 달리 해야 된다는 맞춤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1기고혈압에 해당되는 환자들 중 심혈관질환이 높지 않은 환자들도 1)시간이 경과되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2)이들을 정상이라고 진단을 내려 추적을 안하게 될 경우 향후 불필요한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으며 3)향후 고위험군으로의 이행을 적극 예방하고 조기발견을 통해 약물치료로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혈압진단기준을 낮춘 것으로 해석이 된다.
당뇨, 만성신장질환, 노인성 고혈압의 목표혈압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1)당뇨병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들 2)만성신장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들 3)나이가 65세 이상인 고혈압 환자들의 대부분이 10년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0%이상으로 계산이 된다.
따라서 이번 진료지침 개정안에서는 당뇨, 만성신장질환, 노인성 고혈압의 목표혈압을 130/80mmHg으로 낮췄다.
이번에 발표된 진료지침은 SPRINT연구와 기존에 진행됐던 연구들의 메타분석을 근거로 개정이 됐다. 추가연구에서 모든 고혈압환자들에서 수축기 혈압 120mmHg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발표되지 않는한 여기서 더 낮아질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새로 고혈압으로 분류가 되는 사람들 중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동반되어 있거나 ASCVD risk score가 10% 이상인 사람들만 약물치료의 대상이 된다.
SPRINT 연구가 고위험군 고혈압을 대상으로 진행 됐던 연구이기 때문이다. 또 45세 이상인 사람들 중에서도 ASCVD risk score가 10%가 넘는 환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진료지침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더라도 약물치료의 적응이 되는 환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10% 미만인 고혈압 환자들에서는 약물치료가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임상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